(A Mexican blind cavefish in a UC Biology Lab. Credit: Andrew Higley/UC Creative)
눈이 없는 장님 동굴 물고기는 빛이 없는 동굴 환경에 적응해 진화한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동굴 환경에 부족한 것은 빛만이 아닙니다. 산소나 먹이도 상당히 부족한 환경입니다.
신시네티 대학의 연구팀은 멕시코 장님 동굴 물고기(Mexican blind cavefish, 학명 Astyanax mexicanus)가 동굴 내부의 저산소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멕시코 장님 물고기는 눈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몸까지 반투명해져 시냇물에 사는 친척들과 외형상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둘은 불과 2만년 전에 분리된 물고기들로 사실 상호 교배가 어렵지 않아 하나의 종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중간 단계를 거쳐 결국은 별개의 종으로 분화될 것입니다.
연구팀은 멕시코 장님 동굴 물고기가 산소가 적은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햇빛이 잘 드는 민물에 사는 친척과 비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저산소 환경에서 살아가는 종은 적혈구 숫자가 많아지는 방향으로 적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멕시코 장님 물고기의 적혈구 숫자는 더 많지 않았습니다. 대신 적혈구 하나가 커지면서 산소 운반 능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모글로빈 수치 역시 따라서 증가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세포가 커질수록 모세혈관을 통과하기 어려워지고 상대적인 표면적 감소로 물질 교환에 불리할 것 같은데 세포가 많아지는 대신 커졌다는 것이 의외의 결과입니다. 여기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 중인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어류들이 지금보다 낮은 산소 농도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온도가 높을 수록 물에 녹는 기체의 양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같은 종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멕시코 동굴 물고기의 사례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참고
Tyler E. Boggs et al, Alterations to cavefish red blood cells provide evidence of adaptation to reduced subterranean oxygen, Scientific Reports (2022). DOI: 10.1038/s41598-022-07619-0
https://phys.org/news/2022-03-cavefish-survive-low-oxygen-environm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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