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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피하고 천적도 피하는 곤충의 위장술?


(The Thistle-down velvet ant (Dasymutilla gloriosa), a type of wasp, is a rare example of a white-colored creature in a hot desert climate. Utah State University researchers investigated varied explanations for the insect’s pale coloration. Credit: Joseph S. Wilson)




(A Thistle-down velvet ant (Dasymutilla gloriosa), left, and a fallen fruit from a creosote bush (Larrea tridentata), right. Utah State University scientists investigated the idea the wasp's appearance evolved as camouflage. Credit: Joseph S. Wilson)



 미국 남서부의 건조한 사막 지대에는 정말 희한하게 생긴 곤충이 있습니다. 이름부터 독특한데 굳이 번역을 하면 엉겅퀴 속 개미벌 (Thistle-down velvet ant, Dasymutilla gloriosa)라고 할 수 있는 말벌 (wasp)의 일종입니다. 지상 생활을 하는 벌의 일종으로 사막에서는 보기 드문 흰색 위장을 지니고 있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D. glorisa가 이런 독특한 위장을 진화시킨 가장 중요한 이유는 크레오소트 (Creosote)라고 부르는 식물의 열매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 사실 흰색으로 위장을 하는 경우는 눈이 많은 극지방이나 고산 지대 이외에는 잘 보기 어려운 경우인데, 이 개미벌의 경우 독특하게 생긴 열매 덕분에 오히려 사막에서 눈에 잘 띄는 독특한 외형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유타 대학의 조셉 윌슨 (Joseph Wilson)과 그 동료들은 D. glorisa의 위장이 지닌 이점이 천적의 눈을 속이는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연구팀은 뜨거운 사막에서 흰색 위장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반사율 분광분석법 (reflectance spectrometry), 열화상 카메라를 비롯한 관측 기기와 유전 정보를 조사해서 사실 흰색으로 변한 첫 번째 이유가 열 조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크레오소트 열매와 비슷하게 변한 것은 2차적 변화라는 것입니다. 



 크레오소트 열매와 비슷한 외형을 보면 의외의 결과이지만, 어쩌면 하얗게 변한 것이 먼저고 털이 진화해 열매처럼 보이는 것이 나중의 일이지도 모릅니다. 하얗게 변하면서 포식자에 눈에 더 잘 띄게 되었기 때문에 2차 위장술이 필요했을지모 모릅니다. 



 아무튼 D. glorisa가 말벌은 물론 곤충 전체에서도 정말 희안하게 진화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참고 



 Wilson, Joseph, et al. "Thistle-down velvet ants in the Desert Mimicry Ring and the evolution of white coloration: Müllerian mimicry, camouflage, and thermal ecology. Biology Letters. 15 July 2020. royalsocietypublishing.org/doi … .1098/rsbl.2020.0242



https://phys.org/news/2020-07-true-scientists-discuss-evolution-whi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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