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ocust with an improved brain sensor implant. Credit: Raman Lab)
거대한 무리를 이루는 메뚜기 떼는 신의 분노로 생각할 만큼 그 기세가 엄청납니다. 구름 같은 메뚜기 집단이 모든 작물을 먹어치워 굶주리게 된 고대인들이 이를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천벌로 해석한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거대한 무리를 이루는 메뚜기들은 정찰 로봇으로서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은 곤충인데도 먼 거리를 지치지 않고 이동하며 쉽게 증식해 큰 무리를 이룹니다. 감각 기관도 뛰어나고 움직임도 민첩해 정보 수집 능력도 탁월합니다.
워싱턴 대학의 바라니 라만 (Barani Raman)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어뚱한 상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이전에 과학자들은 메뚜기나 바퀴벌레 같은 곤충을 로봇처럼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정찰 로봇 역할을 하기에 부족합니다.
연구팀은 메뚜기의 신경에서 특정 화확 물질에 대한 반응을 구별할 수 있는지 뇌에 센서를 달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메뚜기가 TNT, DNT, RDX, PETN, 질산암모늄 (ammonium nitrate) 같은 폭발 물질에 흔히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화학 물질의 종류에 따른 메뚜기의 후각 신경 활동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당장 메뚜기를 폭발물 감지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매우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숫자도 많고 저렴한 가격에 대량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메뚜기가 감지한 정보를 사람에게 보낼 시스템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메뚜기가 달고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소형화가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과연 실용적인 방법이 개발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techxplore.com/news/2020-08-closer-bomb-sniffing-cyborg-locusts.html
Debajit Saha et al, Explosive sensing with insect-based biorobots, 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X (2020). DOI: 10.1016/j.biosx.2020.1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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