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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바다속 우주 생명체 ? Icefish




 남극의 차가운 바닷속에는 마치 외계에서 온 것 같은 아주 특이한 어류가 하나 서식하고 있습니다. 얼음 물고기란 뜻이 Icefish 는 남극암치아목 (Nototheniodei0 이라는 아목 (suborder) 에 속하는 어류를 뜻하는데 이들은 남극 바다의 - 2 ℃ 에서 4 ℃ 에 불과한 극저온 속에서 번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주 독특하게 진화한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특히 icefish 에서도 이 명칭에 아주 부합하게 극단적으로 진화한 생물체가 남극 암치아목에 속하는 Channichthyidae 과 어류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외계에서 온 듯한 독특한 모양과 생리적인 특징을 가진 이 녀석의 이야기입니다. 



 Cannichthyidae 를 비롯한 남극 암치아목의 어류들은 상당수가 부레가 없고 바다 바닥에서 지내는 생물체입니다. 주로 설명할 얼음 물고기인 Cannichthyidae 는 25 - 75 cm 정도까지 자라는 중형 어류로 비슷한 크기의 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이 추운 환경에서 적응해서 경쟁자 없이 살아가는 진화적 선택을 한 케이스입니다. 역시 이들처럼 낮은 수온에서도 살 수 있는 크릴 새우나 기타 갑각류, 작은 어류가 이들의 먹이가 됩니다. 



 이들은 다른 어류는 물론 일반적인 척추동물과는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어류들은 피를 부동액으로 만들어주는 당단백 (glycoprotein) 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개 - 2 ℃ 이하에서는 소금이 많이 포함된 바닷물도 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체액은 이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얼기 시작해서 매우 치명적인 얼음 결정이 혈관속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물질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동 단백질 (antifreeze glycoprotein) 은 다른 남극암치아목에서도 볼수 있지만 아 아목의 어류 가운데서도 남극의 차가운 물속에서 극단적으로 진화한 Cannichthyidae 는 이외에도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피속에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이 거의 없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척추 동물 가운데 유일한 케이스입니다. 



(마치 투명 물고기 같은 icefish 의 어린 개체. 다만 남극 암치아목에 속하는 어류 성체가 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님. http://en.wikipedia.org/wiki/File:Icefishuk.jpg ) 


 적혈구와 그 안에 들어있는 헤모글로빈은 척추동물과 같은 복잡한 다세포 동물이 진화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물질입니다. 크고 복잡하면서 많은 에너지 (그리고 산소) 를 소모해야 하는 척추 동물은 몸속 구석구석까지 다량의 산소를 신속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는데 피에 녹은 산소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산소를 전문적으로 운반하는 세포와 물질이 진화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산소를 소모하는 포유류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와 같은 진화의 위대한 발명품인 헤모글로빈을 내던진 척추동물이 바로 
Cannichthyidae 과에 속하는 어류들입니다. 이들은 피속에 헤모글로빈이 없으며 적혈구는 아예 없거나 있다 해도 매우 드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놀라운 사실은 1954 년 루드 (Johan T. Ruud) 가 Nature 에 처음으로 보고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헤모글로빈 대신 낮은 온도와 낮은 대사율로 인해 피속에 녹은 산소만으로도 조직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산소를 비롯한 기체가 낮은 온도에서 더 많이 물에 녹기 때문이죠. 다만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을 갖춘 친척들에 비해서 운반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은 10% 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생리적으로 헤모글로빈과 적혈구를 갖춘 다른 척추동물과는 다른 특징을 진화시켰습니다.   


 시델 (Bruce D. Sidell) 등에 의하면 오랜 세월 헤모글로빈이 없는 상황에서 생리적으로 적응한 탓에 이들은 모세혈관을 비롯한 혈관계가 잘 발달되어 있어 조직에 산소를 쉽게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Cannichthyidae 들은 근연 관계에 있는 다른 어류와 비교시 4 배나 많은 피와 5 배나 많은 심박출량 (Cardiac Output) 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분명 낮은 산소 운반량을 보상함과 동시에 헤모글로빈과 적혈구를 만들지 않으므로써 얻어지는 이익 (피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매우 적음) 나타난 적응현상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들이 왜 반드시 헤모글로빈과 적혈구를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한가지 가능한 가설은 적혈구를 없애므로써 피의 점성 (Viscosity) 를 줄일 수 있었고 이것이 극도로 추운 환경에서 피가 굳는 것을 방지했다는 가설입니다. 가장 그럴 듯한 가설이지만 아직 확실치 않은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아무튼 이로 인해 이들은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이들은 극도로 낮은 수온 (- 1.9 ℃ 정도까지) 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큰 척추 동물 가운데 이렇게 낮은 체온에서 살 수 있는 생물체는 많지 않기 때문에 포식자를 피하는데 이는 매우 유리한 특징입니다. 반면 수온이 올라가는 경우 물에 녹은 산소의 양이 줄기 때문에 따뜻한 수온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어종이기도 합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하나를 획득하는 대신 다른 하나는 포기한 셈이죠.  



 헤모글로빈과 적혈구가 없기 때문에 나타난 또 다른 재미있는 특징은 모든 척추 동물중에 피가 붉은색이 아닌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입니다. 이들의 피는 전혈에서 적혈구를 뺀 혈장 (Plasma) 과 비슷한 약간 노란색에 가까운 반투명한 액체입니다. 완전히 물 같이 투명하지 않은 것은 적혈구는 없어도 여기에는 백혈구 같은 다른 혈구 세포 및 여러가지 단백질들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사진은 레퍼런스 2 번째 논문의 Fig 1 을 참조) 

 또 헤모글로빈과 사촌인 미오글로빈 (Myoglobin : 근육에 존재하는 산소와 결합하는 색소 단백질) 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물고기를 잡으면 어떻게 조리해도 붉게 보이는 부분은 없을 것입니다. 

 몇가지 독특한 특징을 더 이야기 해 본다면 이과에 속하는 어류의 심장에는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 동맥 (Coronary Artery) 가 존재하지 않고 심실 (Ventricle) 근육이 스폰지 처럼 되어 있어 바로 피에서 산소를 공급받는 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튼 이 어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심근 경색이 생길 가능성은 없습니다.


 성체 Cannichthyidae 는 위의 사진 처럼 투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독특한 외형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들이 비늘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비늘처럼 보이는 부분이 없습니다. 



(Chionodraco hamatus  몸길이 33 - 37 cm 정도 되는 Cannichthyidae 과의 어류   http://en.wikipedia.org/wiki/File:Icefish_Chionodraco_hamatus.jpg   


 과거에는 비늘이 없는 피부를 진화시킨 이유를 직접 산소를 피부로 흡수하기 때문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호흡이 아가미를 통해 일어나며 피부 호흡이 차지하는 부분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합니다. (3) 왜 비늘이 사라졌는지도 확실치는 않습니다. 


 이들은 생물 진화의 메카니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생태학적인 틈세를 찾아 거기에 꼭 맞게 진화한 케이스라는 점이죠.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헤모글로빈을 만들던 유전자의 잔재를 자신들의 DNA 에 남겨두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쓰지 않게된 유전자가 어떻게 변하고 없어지는지를 이 어류를 통해 연구 중에 있습니다. (4)


 아직까지는 이 어류가 인간의 남획이나 환경 오염으로 인해 위기에 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현재 예상하는 것보다 더 극심한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서 이들이 서식하는 남극의 차가운 바다까지 수온이 올라간다면 이들의 생리적 특징상 생존이 힘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정도의 극단적 온난화가 현실화 되면 사실 남극의 얼음이 대부분 녹아 사라질 정도의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지구 생태계는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지겠죠. 만에 하나라도 그런 미래가 오지를 않기를 바라지만 이를 막기위해 인류의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Reference 


1. Ruud, Johan T. (1954-05-08). "Vertebrates without Erythrocytes and Blood Pigment"Nature 173 (4410): 848–850.doi:10.1038/173848a0PMID 13165664. Retrieved 2012-04-07

2. Sidell, Bruce D; Kristin M O'Brien (2006-05-15). "When Bad Things Happen to Good Fish: The Loss of Hemoglobin and Myoglobin Expression in Antarctic Icefishes"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9 (10): 1791–1802. doi:10.1242/jeb.02091ISSN 1477-9145 0022-0949, 1477-9145PMID 16651546. Retrieved 2012-04-07

3. Rankin, J.C; H Tuurala (1998-01). "Gills of Antarctic Fish"Comparative Biochemistry and Physiology - Part A: Molecular & Integrative Physiology 119 (1): 149–163. doi:10.1016/S1095-6433(97)00396-6ISSN 1095-6433. Retrieved 2012-04-09.

4. Di Prisco, G.; Cocca, E.; Parker, S. K.; Detrich, H. W. (2002). "Tracking the evolutionary loss of hemoglobin expression by the white-blooded antarctic icefishes". Gene 295: 18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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