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태양계 이야기 137 - 잘못된 위치에 있는 이오의 화산 ?




 태양계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이 발생하고 있는 장소를 고르라면 바로 이오 (Io) 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평균 반지름 1821 km 로 달보다 약간 더 큰 위성인 이오는 목성 표면에서 약 42 만 km 정도 떨어진 궤도를 1.77 일 정도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데 지구 - 달 보다는 더 멀지만 워낙 목성의 중력이 강해 강력한 조석력의 힘에 의해 내부가 가열됩니다. (Tidal heating) 여기에는 특히 가니메데와 유로파 같은 근접해서 공전하는 다른 위성에 의한 작용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구보다 훨씬 작은 천체임에도 격렬한 화산 활동이 발생합니다.



(갈릴레오 탐사선이 찍은 이오의 화산. 거대한 화산으로 인해 표면이 매우 다채로운 것이 특징인 목성의 위성. 붉은 원 모양의 Pele 의 위쪽에 새로 생긴 지름 400 km 의 검은 점은 새롭게 생긴 것으로 갈릴레오에 의해 관측됨. 100 개 정도의 화산이 이오의 표면에 존재 This global view of Jupiter's moon, Io, was obtained during the tenth orbit of Jupiter by NASA's Galileo spacecraft. Io, which is slightly larger than Earth's moon, is the most volcanically active body in the solar system. In this enhanced color composite, deposits of sulfur dioxide frost appear in white and grey hues while yellowish and brownish hues are probably due to other sulfurous materials. Bright red materials, such as the prominent ring surrounding Pele, and "black" spots with low brightness mark areas of recent volcanic activity and are usually associated with high temperatures and surface changes. One of the most dramatic changes is the appearance of a new dark spot (upper right edge of Pele), 400 kilometers (250 miles)in diameter which surrounds a volcanic center named Pillan Patera. The dark spot did not exist in images obtained 5 months earlier, but Galileo imaged a 120 kilometer (75 mile) high plume erupting from this location during its ninth orb  Credit : NASA  ) 


 이오 보다 약간 더 먼 거리에서 1:2:4 궤도 공명 (orbit resonance, 혹은 Laplace resonance) 을 하고 있는 유로파(에우로파) 및 가니메데는 그 중력으로 이오가 약간 타원 궤도를 돌게 만듭니다. 사실 그 궤도의 차이는 크지는 않습니다. 42 만 km 에서 + 3400 km 정도 지만 이것만으로도 강한 목성의 중력의 힘이 이 작은 위성에 강해졌다 약해졌다 하는 효과를 나타내기에 충분합니다. 즉 목성이 중력이 이오에 만드는 조석력의 차이가 일정하지 않고 변하게 됩니다. 그 결과 이오는 100 m 정도 크기가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식으로 힘을 받게 되며 내부 물질들이 마찰에 의해 열이 발생하게 되는 조석열 (tidal heating) 작용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열은 이오 내부의 방사선 동위원소 붕괴에 의한 열보다 200 배의 해당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그 에너지의 크기는 0.6 - 1.6 X 1014 W 에 달합니다. 이 열에너지가 이오의 활발할 화산활동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참고: 조석력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면 아래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  


 이오에는 갈릴레오 탐사선 관측에서 최소 100 개 정도 되는 활화산이 발견되었으며 이 중에는 그 물질을 지표에서 500 km 나 분사하는 화산도 있었습니다. 또 일부는 에베레스트 산보다 더 높은 화산도 있습니다. 이오에 거대한 화산이 발생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조석력의 차이에 의한 열에너지 때문이긴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몇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오 내부의 구성에 대한 추정과 모델링에 따르면 이오의 내부 전체가 아니라 주로는 지각에서 가까운 연약권 (asthenosphere 혹은 약권, 지구에서는 암석권 아래의 층으로 맨틀의 상부의 한층, 깊이 50 - 250 km 정도 층) 에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오의 내부 깊숙한 곳도 조석력의 차이에 의한 변형을 받지만 높은 압력으로 인해 마찰이 발생할 여지는 지각과 연약권에 비해 적을 것으로 판단 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이해에 의하면 이오는 다른 목성의 얼음 위성과는 달리 물의 분포는 적으며 철이나 황화철로 된 핵 주변에 규산염 (Silicate) 맨틀이 있고 맨 외곽층에는 규산염 지각이 있다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오가 얼음 화산에서 수증기를 뿜어내는 대신 다양한 황 화합물과 녹은 규산염 위주의 용암을 내뿜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오의 맨틀은 완전히 녹은 규산염이 아니라 그 크기와 압력등을 감안했을 때 부분적으로 용융된 상태로 생각됩니다. 



(이오의 내부 추정 모델. 핵은 철이나 황화철 같은 무거운 물질로 되어 있고 (회색) 그 주변으로 부분적으로 용융된 규산염 맨틀이 존재하며 가장 밖에는 규산염 지각이 존재함.   Credit : NASA/JPL ) 

      

 최근 갈릴레오가 보내온 이오의 표면 영상을 정밀하게 통계 분석한 메릴랜드 대학의 크리스토퍼 해밀튼 (Christopher Hamilton of the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 ) 과 그 동료들에 의하면 기존의 모델을 적용한 것과 비교해 이오의 표면 화산의 분포가 약 30 - 60 도 이상 동쪽으로 치우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갈릴레오 관측에 의한 이오의 표면 모습   Credit : NASA  ) 


 지금까지의 분석에 의하면 이오 내부는 완전하게 녹은 액체 상태의 맨틀은 없는 것으로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전 모델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의 주저자인 해밀튼은 분석했습니다. 이를 테면 이오의 내부에 녹은 마그마의 바다가 있고 이오의 자전에 따라 이동한다고 상정할 경우 이와 같은 화산의 분포는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현재로써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우주에 매우 흔한 태양계 안에도 매우 다양한 천체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미스테리가 있다는 건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겠죠. 이런 걸 보면 우주 어딘가의 행성과 위성에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Christopher W. Hamilton, Ciaran D. Beggan, Susanne Still, Mikael Beuthe, Rosaly M.C. Lopes, David A. Williams, Jani Radebaugh, William Wright. Spatial distribution of volcanoes on Io: Implications for tidal heating and magma ascent.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2013; 361: 272 DOI: 10.1016/j.epsl.2012.10.03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