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리뷰) 액션으로 돌아온 아이작 클라크 - 데드 스페이스 3





 처음 데드 스페이스를 접했을 때 신선한 방식의 플레이와 강력한 호러 연출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으로 호러 연출에 초점을 맞춘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보단 하프라이프나 바이오쇼크 시리즈 처럼 중간에 호러적인 요소도 있기는 하지만 생각하는 액션에 더 치중한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튼 데드 스페이스 역시 자신만의 게임성을 구축해서 3 편까지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FPS/TPS 방식 액션 게임이나 호러 액션 게임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에 뭔가 플레이 방식에서 차별점을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둠과 퀘이크가 등장하던 시절에는 1 인칭 시점으로 3D 방식 게임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혁명이었지만 현재는 이것이 익숙해진 시대입니다. 생각하는 액션을 표방하고 나온 하프라이프나 높은 스토리 몰입도 및 다양한 전략적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는 바이오쇼크, 밀리터리 액션을 표방하는 배틀필드 등등 시리즈를 계속 이어 나가는 게임에는 뭔가 자신만의 비결이 있습니다.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네크로모프라는 끔찍한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호러물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몸통이 아니라 사지를 절단하는 (그것 때문에 잔인성 부분에서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독특한 플레이 방식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시리즈가 계속되면 역시나 식상한 느낌을 주게 마련이죠. 호러물로 시작한 시리즈 들이 식상함을 탈피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액션을 더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다소 호불호가 엇갈릴 순 있지만 전편보다 더 많고 강력한 괴물들을 대거 출연시키는 것도 방법은 될 수 있겠죠. 지금 이야기할 데드 스페이스 3 가 그런 방법을 택한 케이스입니다. 


 (참고 이 리뷰는 대부분 감상평 위주이긴 하나 일부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시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 








 데드 스페이스 3 가 1 편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탄약이 부족한 경우가 별로 (가끔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다는 점입니다. 적들이 더 많이 떼로 등장하는 점은 더 많은 탄약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스테이시스도 적당히 사용해주어야 할 때가 있지만 말이죠. 간단하게 생각해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네크로모프들이 더 많아진 만큼 탄약과 무기가 더 많아졌습니다. 


 또 맵이 넓어진 부분도 또 다른 특징입니다. 얼음 행성인 타우 볼란티스를 제외하고도 폐허가 된 우주선과 잔해들, 그리고 그 내부의 다양한 맵과 우주가 배경이 되며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를 유영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맵 안에서 한번 왔던 길을 다시 반복해서 가야 하는 미션이 많은 점은 개선해야 할 점입니다. 


 공포가 적어진 만큼 맵도 커지고 이동하는 거리고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떼로 나오는 적들 - 네크로모프 뿐 아니라 인간인 유니톨로지 병사 까지 - 를 처리하기 위해 총을 난사하는 모습은 본래 게임의 의도와 약간 거리가 있는 듯 하지만 호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오히려 플레이 하는데 좋을 수도 있습니다. 1 편의 팬들은 약간 실망한 의견이 많은 것 같지만 말이죠. 












 전반적인 그래픽은 아주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콘솔에 최적화 되어 개발된 탓인지 사실 콘솔 버전을 해상도만 조금 높여 PC 용으로 발매한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즉 그냥 게임에 몰입해서 보면 그래픽이 그럭저럭 볼만 한 듯 하지만 실제로는 텍스처 해상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게 눈에 들어 옵니다. 또 우주 역시 멀리 배경은 그냥 그림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자체가 본래 그래픽에 큰 의미를 두는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PC 버전의 그래픽 수준은 솔직히 만족스러운 정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운드 역시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준 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픽보다는 꽤 신경쓴 부분이 보입니다. 호러물일 수록 소름돋는 음악은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일반적인 호러 게임에 나올 만한 비명 소리나 사지가 잘리는 소리는 빠지지 않습니다.  




( 데드 스페이스 3 의 사운드  제작 영상. 중간에 수박을 조깨는 장면은 조금 웃음이 나는 장면이네요. 그게 수박 자르는 소리였다니....) 


(데드 스페이스 3 의 스토리 트레일러. 언뜻 보기엔 그래픽이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텍스쳐 해상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 ) 



(나름 호러 연출에 신경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함 ) 


 아이작 클라크는 일단 3 편에서도 간신히 살아남는 연출로 집나가면 X고생이라는 격언을 일깨워줍니다. 하지만 무기의 강력함은 이전편과 비교할 수준은 아닙니다. 무기의 경우 벤치에서 업그레이드와 개조가 가능한 것도 특징입니다. 또 코옵이 가능해 진 것 역시 3 편에서의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다만 이런 변신이 본래 데드 스페이스가 가진 정체성을 크게 변화시킬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약간은 의문이긴 합니다. 호러를 원했던 유저들이라면 오히려 실망스러울 부분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액션에 더 가치를 두는 유저라면 그다지 반대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한가지 이와 관계 없이 실망스러운 부분은 게임내에서 갈아입을 수 있는 수트가 종류만 많을 뿐 기능에서는 그다지 큰 차이를 찾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왜 수트를 갈아입는 기능이 있는지 약간 의심스러운 정도입입니다. 다만 매스 이팩트의 N7 수트는 꽤 재미있는 수트라고 (생김새만, 기능은 차이 없음) 생각합니다. 차라리 이런 다양한 수트를 만들어서 깨알 같은 재미를 찾는 것도 방법이었을 텐데 말이죠. 



(매스 이팩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이랄까. 하지만 기능은 차이없음) 



(이런 장면은 뭐랄까 약간 로스트 플래닛을 생각나게 만드네요 )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일단 3 편의 대미를 장식하는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기 보단 이거 반응이 좋으면 다음 편 또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는 그냥 중간 정도라는 느낌입니다. 호러 액션의 주인공 답지 않게 러브 스토리 라인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구구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여주인공은 주인공이랑 이벤트 씬 이외에는 마주치지 않는 NPC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스토리가 유저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 시나리오도 아니고 예상할 수 있던 결말을 꽤 오랜 시간에 걸처 가는 느낌이라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일단 액션과 볼륨에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코옵 모드는 안해봤지만 친구와 함께 한다면 괜찮은 기능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게임 곳곳에 있는 퍼즐의 경우 그다지 재미있다곤 말할 수 없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해킹 같은 미니 게임도 왜 넣었는지 잘 이해가 안되는 내용들입니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게임 진행이 막히거나 혹은 긴장감이 더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한국 정발판이 경우 영문판이긴 하지만 공략집을 더한 대사집이 있어서 막히는 부분에서는 꽤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오리진에서 구매하는 것 보다 만약 같은 값이라면 패키지 버전을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추천될 만 합니다. 동본 대사집 가운데서 공략에 가장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A+ 는 아니지만 그래도  B+ 정도는 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편같은 호러를 원했던 유저라면 다소 실망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게임 볼륨이나 적절한 연출은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무기 업그레이드나 슈트 업그레이드 등이 꽤 평범 (그나마 무기는 공구 전사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편) 한 편이고 액션도 다소 평범한 편, 맵을 반복해서 이동하는 점이 많다는 점등은 약간 감점 요인입니다. 데드 스페이스 3 는 본래 시리즈의 정체성이 약간 흔들리긴 하지만 망작이라기 보단 그래도 평작 이상은 된다는 게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유저마다 반응은 좀 다르겠지만 말이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