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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렵꾼 잡는 쥐



 (In real life settings, rats will be able to pull a small ball attached at the chest of their vest, which emits a beeping sound. This way rats will be able to alert their handlers when they detect a target. Credit: APOPO)




(By the end of the training, eight rats were able to identify four commonly smuggled wildlife species among 146 non-target substances. Credit: APOPO)



(During their training, the rats were rewarded with flavored rodent pellets. Credit: APOPO)




(The study shows that African giant pouched rats to detect illegally trafficked wildlife, even when it has been concealed among other substances. Credit: APOPO)

개는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고 영리한 동물이기 때문에 마약이나 폭발물 탐지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전문적인 탐지견을 훈련하고 사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되는 수준일 수 있습니다. 특히 상아나 코뿔소 뿔, 천산갑 비늘 같은 불법 밀렵물을 감시하는 아프리카 국가가 그렇습니다.

오케아노스 재단의 이사벨라 스좃 박사 (Dr. Isabelle Szott, a researcher at the Okeanos Foundation)와 듀크 대학의 케이트 웹 교수 (Dr. Kate Webb, an assistant professor at Duke University)가 이끄는 연구팀은 개도국에 맞는 저비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영리 기관인 아포포 (APOPO)와 함께 아프리카 현지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큰도깨비쥐(African giant pouched rats, Cricetomys gambianus)를 탐지견 대신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감비아도깨비쥐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큰도깨비쥐는 붉은숲쥐과에 속하는 설치류의 일종으로 쥐상과 중에서도 가장 큰 종에 속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쥐가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영리해서 탐지견 대신 폭발물 감지나 심지어 결핵 탐지에 사용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큰도깨비쥐가 아프리카에서 주요 밀렵품을 감지하는데 탐지견 보다 더 탁월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목표로 삼은 주요 밀렵품은 상아, 코뿔소 뿔, 천산갑 비늘, 황단 (African blackwood)으로 총 8마리의 쥐를 훈련했습니다. 우선 이 쥐들에게 해당 냄새를 맡게 하고 좋아하는 먹이를 준 뒤 (사진) 그외에 146종의 다른 물질의 냄새를 맡게 해서 구분하는 방법부터 훈련시켰습니다. 다른 물질에는 밀렵품의 냄새를 숨기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커피 원두나 세제 같은 물질이 포함됐습니다.

다음으로 훈련 받은 쥐들은 다른 야생 아프리카큰도깨비쥐와 구분하기 위해 특수한 빨간 조끼를 입었습니다. 이 조끼 앞에는 벨이 달려 있는데, 쥐들은 만약 밀렵품 냄새가 나면 이 벨을 만져서 소리를 내는 훈련을 시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5개월, 8개월 후에도 이 냄새를 기억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 쥐들은 의도한 대로 훌륭하게 밀렵품의 냄새를 기억하고 반응했습니다.

만약 아프리카큰도깨비쥐가 탐지견만큼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탐지견으로 사용되는 저먼 셰퍼드 같은 견종과 아프리카큰도깨비쥐 가운데 누가 덥고 습한 아프리카 현지 환경에 잘 맞을지는 테스트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니다. 또 사육하기 매우 쉬울 뿐 아니라 쉽게 번식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도 걱정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크기 덕분에 운반이 쉽고 좁은 공간에도 잘 들어가 수색에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현재는 기초 연구 단계로 실제 밀렵 단속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앞으로 검증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는 괜찮아 보이는데, 앞으로 밀렵 단속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탐지견 대신 쥐가 활약하게 될 날이 오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꼬리가 길어 징그럽긴 해도 나름 귀여운 쥐 같습니다. 특히 사람이 쓰다듬을 때 좋아하는 듯한 표정이 귀엽네요. 잘 개량하면 반려쥐 (?)로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0-giant-rats-illegal-wildlife-sniffing.html

Ratting on wildlife crime: Training African giant pouched rats to detect illegally trafficked wildlife, Frontiers in Conservation Science (2024). DOI: 10.3389/fcosc.2024.144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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