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lant on the left is under standard growth light, while the plant on the right exhibits shade avoidance responses to shaded light. Credit: Mieke de Wit)
우리가 보기에는 식물은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평화롭게 있는 배경 같지만, 이들 역시 생물인 이상 자원을 차지하고 후손을 퍼트리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합니다. 특히 제자리에서 이동하기 어려운 만큼 조금이라도 빠르게 영양분과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 (Wageningen University)의 피에르 가우트라트 (Pierre Gautrat)과 롤랜드 피에릭 (Ronald Pierik, professor of molecular biology at 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은 식물이 햇빛과 영양분을 놓고 어떻게 경쟁을 조절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너무 많은 식물이 한정된 장소에 있으면서 햇빛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되면 식물들은 줄기를 키워 최대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무조건 키를 키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질소처럼 꼭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키를 키우다가 결국 영양소가 떨어지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눈도 없는 식물이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더 나아가 신경이나 뇌 없이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는 기전을 연구했습니다. 식물이 주변에 햇빛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식물이 많다는 사실을 감지하는 역할은 빛에 민감한 색소인 파이토크롬 (light-sensitive pigment phytochrome)이 담당합니다.
파이토크롬은 적색 파장의 빛과 바로 그 옆에 있는 원적외선 (Far-red light)의 비율에 반응합니다. 경쟁이 심해서 햇빛을 받기 어려운 경우 원적외선의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빛이 모자란다고 마구 몸집을 키우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식물에게 영양분이 충분한지 알려주는 호르몬이 사이토키닌 (Cytokinin)입니다. 연구팀은 식물의 뿌리에서 생성되는 사이토키닌의 역할을 더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만약 질소가 풍부한 경우 식물은 뿌리에서 많은 양의 사이토키닌을 만들어 잎과 줄기로 신호를 보냅니다. 여기에 파이토크롬의 신호가 결합되면 식물이 키와 몸집을 키우면서 갑자기 성장하는 것입니다.
(The leaves of bean plants are constantly in motion, helping them to optimally position themselves for light capture. Leaf movements also help the model plant Arabidopsis to outgrow its competitors. Video credit: Ronald Pierik and Christa Testerink, https://plantmoves.nl)
연구팀은 영양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사이노키닌을 투여해 식물을 크게 성장하게 유도했습니다. 이 호르몬이 빛에 반응하는 식물의 경쟁 성장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그냥 주변 환경에 맞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식물 역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주변 환경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편해 보여도 막상 그 입장이 되면 쉽지 않은 건 자연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0-mechanism.html
Pierre Gautrat et al, Phytochrome-dependent responsiveness to root-derived cytokinins enables coordinated elongation responses to combined light and nitrate cues, Nature Communications (2024). DOI: 10.1038/s41467-024-5282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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