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Dr Kenneth Welch, University of Toronto Scarborough)
피를 주식으로 살아가는 흡혈 박쥐의 대사 과정이 역시 피를 먹고 사는 흡혈 곤충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척추동물, 그중에서도 포유류의 피에는 많은 영양분이 담겨져 있지만, 평소 박쥐가 먹는 곤충이나 과일과 영양 성분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대표적 차이는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은 반면 탄수화물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토론토 대학의 길리아 로시와 케네스 웰치 (Giulia Rossi and Kenneth Welch)는 흡혈 박쥐의 대사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24마리의 야생 흡혈 박쥐를 포획한 후 소의 피를 이용해 키우면서 이 피를 어떻게 소화시키고 대사하는지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흡혈 박쥐가 매우 빠른 속도로 피를 소화시킨 후 에너지로 삼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피 자체가 쉽게 소화기 가능한 액체 성분이고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쥐가 날아다니는 도중 에너지 소비를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연구팀은 무거운 센서를 달고 날아 다니게 하는 대신 특수하게 만든 런닝머신 위를 걸으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게 했습니다. 이들이 평소에도 짧은 거리는 걸어서 이동한단 점에 착안한 것입니다.
(동영상)
연구 결과 흡혈 박쥐는 모기나 체체 파리처럼 분해한 단백질에서 나온 아미노산을 주요 에너지로 사용했습니다. 피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란 점을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결과입니다. 흡혈 박쥐의 체내 대사는 아미노산을 에너지로 이용하고 여기서 생기는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진화했습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아미노산은 쉽게 저장해 에너지원으로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흡혈 박쥐는 계속해서 피를 마셔야 살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흡혈 박쥐는 매일 피를 마셔야 합니다. 자연적인 진화에 따른 결과이긴 하지만 뭔가 섬뜩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딘가 저주 같단 생각도 듭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1-vampire-metabolism-mirrors-blood-insects.html
Giulia S. Rossi et al, Vampire bats rapidly fuel running with essential or non-essential amino acids from a blood meal, Biology Letters (2024). DOI: 10.1098/rsbl.2024.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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