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nd of a terror bird's left tibiotarsus, a lower leg bone in birds equivalent to that of a human tibia or shin bone, dates back to the Miocene epoch around 12 million years ago. Credit: Degrange et al.)
신생대 남미에는 곡괭이처럼 생긴 거대한 부리를 지닌 무서운 육식 조류인 테러버드 (terror bird, 과명 Phorusrhacidea)가 살았습니다. 테러버드 가운데 큰 것은 키가 3m에 달했으며 타조처럼 날지 못하는 새였습니다. 하지만 타조같은 초식성 잡식 동물이 아니라 고기를 먹는 무서운 사냥꾼으로 테러버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들은 큰 키로 곡괭이 같은 강한 부리를 사정없이 내리 찍어 사냥감을 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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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버드 전문가인 페데리코 데그란지 (Federico J. Degrange, a terror bird specialist)와 존스 홉킨스 의대의 시오브한 코크 교수(Siobhán Cooke, Ph.D., associate professor of functional anatomy and evolution at the 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가 이끄는 연구팀은 콜롬비아 타타코아 사막에서 발견된 1,200만 년 전 다리뼈가 이제까지 보고되지 않은 신종 테러버드의 화석임을 확인했습니다.
이 뼈는 사실 20년 전에 발견되었으나 지금까지 자세히 연구되지 않았다가 2023년에야 테러버드의 다리 뼈일 가능성이 제기되어 2024년 1월에야 정교한 3D 스캔이 진행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이 뼈는 신종 테러버드이 것으로 연대는 1,200만년 전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리 뼈만 발견되어 정확한 크기와 형태를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다른 근연종과의 비교를 통해 이전에 발견된 가장 큰 테러버드보다 5-20% 정도 더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대 최대 크기의 테러버드 신종일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테러버드 전체의 모습을 복원하기에는 발견된 뼈가 너무 적지만, 이 화석은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시기 테러버드 화석은 대부분 남미에서도 남쪽인 아르헨티나나 우루과이에서 발견되었으나 이번 발견을 토대로 테러버드가 더 북쪽까지 서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더 흥미로운 사실은 다리 뼈에 있는 큰 이빨 자국입니다. 이 이빨 자국의 크기와 강력한 치악력을 볼 때 이빨의 주인공은 몸길이가 최대 9m에 달하는 대형 멸종 악어인 푸루사우루스 (Purussaurus)에 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상처의 크기로 볼때 화석의 주인공은 악어에 물려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3m가 넘는 거대한 키와 부리로 다른 동물을 사정없이 찍어 누르던 테러버드이지만, 물가에서 대형 악어에 물리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리라는 점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북미 대륙과 연결되기 전 남미 대륙도 정말 살벌한 야생의 세계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1-fossil-huge-terror-bird-wildlife.html
Palaeontology (2024). DOI: 10.1002/spp2.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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