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rembo the elephant. Credit: John Marais, Save the Elephants)
코끼리나 고래처럼 몸집이 크고 오래사는 동물은 일생동안 암 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정 비율로 DNA의 오류가 생겨 암 세포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수명이 길고 세포가 많으면 위험도는 비례적으로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론적 예측과는 반대로 코끼리나 고래에서 암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평생 암에 걸릴 확률은 25% 정도이지만, 코끼리는 5% 미만에 불과합니다. 사실 이는 오래전 부터 알려진 사실로 페토의 역설 (Peto's Paradox)이라고 불립니다. 과학자들은 코끼리를 포함한 장비목에 암 억제 유전자인 p53가 풍부한 것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암 억제 유전가 풍부해 많은 세포 숫자에도 불구하고 암 세포로 변하는 것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236179712
옥스퍼드 대학과 에딘버러 대학의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좀 더 세부적인 조절 메카니즘을 밝혔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일반적인 포유류가 대부분 한 개의 p53 유전자 (상염색체에 각각 하나씩 한쌍)을 지니고 있는 반면 코끼리는 서로 조금씩 다른 p53 유전자 20개를 (총 40개의 isof)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웬만해서 p53 유전자가 부족해서 작동을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p53 유전자는 손상된 DNA가 있는 경우 유전자 복제 과정을 정지시키고 우선 DNA를 수정하도록 해 잘못된 유전자가 쌓여 암세포로 진화하는 것을 막습니다. 그런데 DNA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활성화되면 안되기 때문에 이를 조절하기 위한 또 다른 암 유전자인 MDM2이 존재합니다. MDM2와 p53은 서로 균형을 맞춰가며 세포 분열과 암 세포 억제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코끼리의 경우 p53의 숫자가 월등히 많아 세포가 빠르게 분열하기 보다는 암 세포가 생기는 것을 막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이미 성체가 된 코끼리는 세포 분열보다는 수많은 세포 가운데 자신의 본문을 잃고 무한 증식하는 암 세포를 막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런 항암 기전이 진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것이 사람의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사실임에는 분명합니다. 아마 크기를 생각하면 공룡도 비슷한 메카니즘을 지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참고
https://phys.org/news/2022-07-elephant-genes-key-cancers.html
Monikaben Padariya et al, The Elephant Evolved p53 Isoforms that Escape MDM2-Mediated Repression and Cancer,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2022). DOI: 10.1093/molbev/msac149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