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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는 사람처럼 걷고 유인원처럼 나무를 탔다



 (Life reconstruction of Australopithecus sediba com-missioned by the University of Michigan Museum of Natural History. Credit: Sculpture: Elisabeth Daynes/Photograph: S. Entressangle)




(Australopithecus sediba silhouette showing the newly found vertebrae (colored) along with other skeletal remains from the species. Credit: NYU & Wits University)




(Australopithecus sediba silhouette showing the newly-found vertebrae along with other skeletal remains from the species. The enlarged detail (a photograph of the fossils in articulation on the left; micro-computed tomography models on the right) shows the newly discovered fossils, in color on the right between previously known elements in grey. Credit: NYU & Wits University)



 200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말라파 (Malapa) 동굴에서 새로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 (Australopithecus sediba)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거의 마지막에 등장한 종입니다. 화석의 연대는 200만년 전으로 같은 시대에 이미 호모 에렉투스와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 같은 다른 호미닌이 존재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뇌 크기는 420-440cc로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비슷했지만, 얼굴의 형태는 호모 속과 비슷해 중간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호모 속이 이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결별한 이후에 등장한 친척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욕 대학과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 (New York University, the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의 과학자들이 이끄는 국제 과학자팀은 매우 완벽한 보존 상태를 자랑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허리뼈 화석을 분석해 이들이 사람처럼 걷고 유인원처럼 나무에 올랐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요추는 허리 아래를 지탱하는 뼈로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직립 보행하는 동물에게 매우 중요한 뼈입니다. 따라서 그 형태를 보면 이 호미닌이 얼마나 잘 걸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지만, 사실 생각보다 잘 보존이 되지 않는 뼈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2008년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의 요추 화석은 매우 잘 보존되어 처음으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허리뼈를 자세히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로 CT를 이용한 분석 결과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에게서 보이는 척추 전만 (lordosis)의 정도가 생각보다 크게 나타났습니다. 인간의 척추는 요추 부분이 앞으로 나와 있어 직립보행 시 무게와 충격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세디바의 척추 전만은 초기 호모 에렉투스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골격을 분석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세디바는 다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 비슷하게 나무를 잘 타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땅위에서 걸을 수도 있지만, 나무도 탈 수 있는 중간적 위치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두 가지를 다 하려다 보면 결국 둘 다 잘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땅 위에서 직립해 이동하는 데 최적화된 호모속이 득세하면서 세디바는 경쟁에 밀릴 수밖에없었을 것입니다. 



 호미닌의 진화는 여전히 논쟁이 많은 분야이지만, 단순히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잘 걸을 수 있었던 호모 속이 결국은 경쟁에서 승리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여기에 유리한 환경 변화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1-ancient-human-relative-australopithecus-sediba.html


Scott A Williams et al, New fossils of Australopithecus sediba reveal a nearly complete lower back, eLife (2021). DOI: 10.7554/eLife.70447, elifesciences.org/articles/70447


https://en.wikipedia.org/wiki/Australopithecus_sed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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