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w chicken baits attracting vulture bees in Costa Rica. Credit: Quinn McFrederick/UCR)
꿀벌은 식물의 수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곤충으로 꿀과 꽃가루를 주식으로 삼는 생활을 백악기부터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거친 곳이고 꿀벌 역시 꿀만 빨면서 살 순 없습니다. 남미에 살고 있는 독침이 없는 벌 (stingless bee) 가운데 벌처 벌 (Vulture bee, Trigona속 3종)은 아예 진짜 벌처 (독수리 가운데 시체를 전문적으로 먹는 새)처럼 썩은 고기를 먹는 능력이 있습니다.
육식 꿀벌 자체는 드물지 않지만, 아예 상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능력은 별도의 진화를 필요로 합니다. 보통 상한 고기에는 온갖 박테리아들이 서식하는 데, 이들은 서로를 없애기 위해 독성 물질을 분비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테리아 자체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령 익혀 먹더라도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들이 상한 고기는 먹지 않습니다. 하이에나나 벌처처럼 다른 동물은 먹기 힘든 섞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동물은 장내 미생물 환경이 이에 맞게 적응한 경우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UCR)의 연구팀은 벌처 벌의 장내 미생물 역시 섞은 고기를 먹는 시체 청소부 동물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닭고기를 이용해서 벌처 벌을 유인해 잡고 이들과 순수한 꿀벌, 꿀벌인데 육식도 하는 종과 장내 미생물을 비교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꿀벌의 장내 미생물은 지난 8000만 년 간 많은 변화를 겪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한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상당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벌처 벌의 장내에서 락토바실루스 (Lactobacillus) 같이 발효 기능이 있는 균과 상한 고기를 먹는 동물에 흔한 카르노박테리움 (Carnobacterium)류 미생물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이들의 장내 미생물은 다른 꿀벌보다 벌처나 하이에나와 흡사했습니다.
이것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벌처 벌이 꿀을 모으는 능력을 여전히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벌처 벌은 별도의 공간에 꿀을 저장할 수 있어 서로 섞이지 않으며 이렇게 모은 꿀은 여전히 달다고 합니다. 꿀에 대한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 새로운 먹이를 개발하긴 했지만, 여전히 꿀을 모을 수 있어 섞은 시체가 부족할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셈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1-bees-dead-meat-eating-vulture-sport.html
Laura L. Figueroa et al, Why Did the Bee Eat the Chicken? Symbiont Gain, Loss, and Retention in the Vulture Bee Microbiome, mBio (2021). DOI: 10.1128/mBio.023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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