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bable trajectory of an object displaced from the Oort Cloud. Credit: ESO/L. Calçada)
(FORS2 on the VLT. Credit: ESO)
작년 천문학자들은 유럽 우주국 (ESA)의 가이아 (Gaia) 관측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고물자리 (constellation of Puppis) 방향으로 36광년 떨어진 백색왜성인 WD 0810-353가 29,000년 후 태양계 방향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9개월이나 29년도 아니고 29,000년 후이기 때문에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아무튼 이 주장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WD 0810-353가 태양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고 31,000AU (4.6조km)를 스쳐 지나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지구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 궤도가 태양계에 가장 먼 천체들인 오르트 구름 (Oort cloud)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오르트 구름에는 지름 수십에서 수백km에 달하는 커다란 얼음 천체가 수없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이들 주변으로 태양 질량의 2/3에 달하는 백색왜성이 돌진한다면 상당수 천체의 궤도가 흔들려 일부는 태양계 안쪽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생대 말 대멸종을 일으킨 소행성 보다 더 큰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당연히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따라서 또 다른 과학자 팀이 유럽 남방 천문대 (ESO)의 VLT에 설치된 FOcal Reducer and low dispersion Spectrograph 2 (FORS2) 장비를 이용해 WD 0810-353의 스펙트럼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 WD 0810-353이 태양계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9,000년 후 우리 후손이 아직도 지구에 살고 있다면 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그것과 관계 없이 여러 가지 궁금증을 낳는 연구입니다.
지난 수억 년 동안 오르트구름 주변을 지나친 별이나 백색왜성은 생각보다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백악기말 대멸종 같은 큰 사건과 연관이 있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계속해서 천체를 잃게 되면 오르트 구름의 질량은 점점 더 줄어들지 않을까요? 오르트 구름에 큰 중력을 행사할 천체가 주변을 지나치는 경우는 얼마나 흔할까요?
이렇게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궁금증이 새롭게 생기는 것이 과학의 재미일 것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pace/disaster-averted-rogue-star-will-not-collide-with-us-in-29-000-years/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cda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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