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에서 육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크기에 비해 믾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장기로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열량이 많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사실 유지가 어려운데 농업 시대 이전의 원시 인류와 그 조상이 채집 만으로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따라서 육식이 뇌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했고 다시 지능이 높아짐에 따라 사냥을 통해 더 많은 열량을 공급하게 만들었다는 가설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예일 대학의 제시카 톰슨 (Jessica Thompson, an anthropologist at Yale University)과 그 동료들은 단순히 육식만으로도 뇌가 필요로 하는 열량을 공급할 수 없다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에 의하면 골수(bone marrow) 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지방이 중요한 열량 공급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뼈 안에는 지방이 풍부한 골수가 있어 상당한 열량을 섭취할 수 있지만, 단단한 뼈를 부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하이에나 같은 일부 포식자들만 뼈를 부수고 그 안에 있는 골수까지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호미닌 역시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단지 튼튼한 돌만 있으면 다른 육식 동물이 먹지 못한 뼈 안에 골수를 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 가설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사실 검증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도구에 의해 부서진 뼈는 찾기 쉬울지 몰라도 골수를 빼 먹은 흔적은 거의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물보다 죽은 동물의 뼈에서 골수를 빼는 일이 훨씬 쉽고 안전했을 것입니다. 초창기 호미닌에게는 오히려 살코기보다 더 매력적인 음식일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뼈를 이용해 사골 육수를 우려 내는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골수에 대한 선호는 매우 뿌리가 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Jessica C. Thompson et al, Origins of the Human Predatory Pattern: The Transition to Large-Animal Exploitation by Early Hominins, Current Anthropology (2019). DOI: 10.1086/70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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