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st African green monkey (Chrocebus sabaeus) in Senegal. Credit: Julia Fischer)
인간이 어떻게 언어를 진화시켰는지는 쉽게 밝히기 어려운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양한 제스처나 소리를 이용해서 서로 의사 소통을 하는 동물도 많고 개미처럼 페로몬을 이용해서 개체간의 정보를 교환하는 곤충도 있지만, 인간처럼 고도로 복잡한 음성 신호 체계를 이용해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은 없을 것입니다. 복잡한 언어야말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간의 조상이 말을 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초기에는 훨씬 단순한 음성 신호로 위험이나 먹이에 대한 정보를 교환했을 것입니다. 이는 인간에 가까운 원숭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 영장류 연구 센터의 줄리아 피셔(Julia Fisher, head of the cognitive ethology laboratory at the German Primate Center in Gottingen, Germany)를 비롯한 연구팀은 350만년 전 갈라진 가까운 원숭이인 서부 아프리카 녹색 원숭이 (West Africa Green monkey)와 동부 아프리카 버빗 원숭이 (East Africa Vervet monkey)의 음성 신호를 연구했습니다.
버빗 원숭이의 경우 소리를 통해 뱀을 만나면 일단 서서 정지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표범 같은 대형 포식자를 만나면 나무로 도망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리고 독수리 같은 하늘의 포식자가 나타나면 하늘을 경계하고 은신처를 찾아 도망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녹색 원숭이도 비슷한 소리를 내지만 이들의 경우 독수리에 대한 신호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 입니다. 각각의 포식자에 대한 반응이 정반대인 만큼 소리 신호 역시 확실히 구분되게 달라야 할 것입니다.
연구팀은 녹색 원숭이에게 드론을 보내 이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흥미롭게도 처음 보는 물체임에도 버빗 원숭이가 독수리를 볼 때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몇일 후 연구팀은 드론 대신 드론 소리를 녹음해서 이들에게 들려줬습니다. 역시 녹색 원숭이는 비슷한 소리를 내며 경계했습니다. 아마도 이 신호는 원숭이 사이에서 하늘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연구는 원숭이가 학습 하기 이전에 일종의 몇 가지 경계 신호에 대한 본능적인 정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음성 신호가 있다는 것이죠. 이는 인간의 아기에서 볼 수 있는 웃음이나 울음 소리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비록 언어와는 다른 것이지만, 그래도 이런 기반에서 복잡한 언어 신호가 발전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뭔가 기반이 있어야 그 다음 발전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참고
Conserved alarm calls but rapid auditory learning in monkey responses to novel flying objects,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9). DOI: 10.1038/s41559-019-0903-5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9-019-09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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