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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를 걷는 말뚝망둥어의 비결



 (A 3D image showing some of the detailed findings of the anatomical structures overlaid on a mudskipper's body. Credit: Pavel Puchenkov, Fabienne Ziadi-Künzli/OIST, created with Blender (online community), http://www.blender.org)




(After scanning the different fish, Dr. Ziadi-Künzli worked on images such as this to identify the different organs and tissues including muscles, bones, cartilage and tendons, inside the animals' bodies. Credit: Dr. Fabienne Ziadi-Künzli/OIST, Image taken with Thermo Fisher Scientific‘s AMIRA Software)

단단한 뼈를 지닌 경골어류는 우리가 흔히 보는 지느러미를 지닌 조기어류와 살덩이 같은 지느러미를 지닌 육기어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기어류는 현재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어류에 해당되고 육기어류는 실러캔스나 폐어 등 극소수만 남아 있지만, 사실은 현생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모두 육지에 올라온 육기어류의 후손들이기 때문에 육기어류의 규모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육기어류가 이렇게 바다보다 육지에서 성공한 이유는 팔다리로 진화화기 쉬운 살덩어리 같은 지느러미에 있습니다. 반면 조기어류는 부채처럼 펼쳐진 지느러미를 지니고 있어 몸을 지지하고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예외적으로 말뚝망둥어처럼 변형된 지느러미로 몸통을 밀면서 이동하는 어류도 있긴 하지만, 다리로 걷는 것과는 거리가 먼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Mudskippers: The Fish That Walk on Land | Life | BBC Earth)

오키나와 과학기술대학교(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파비안느 지아디-쿤즐리 박사 (Dr. Fabienne Ziadi-Künzli )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키나와의 망그로브 숲에 살고 있는 말뚝망둥어인 막대 말뚝망둥어 (barred mudskipper, 학며 Periophthalmus argentilineatus)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조사했습니다.

말대 말뚝망둥어는 태평양의 열대 바다에 사는 흔한 어종 중 하나로 다른 말뚝망둥어처럼 피부로도 숨을 쉴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으로 공기를 흡입한 다음 알에게도 산소를 공급하는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 항상 피부가 촉촉한 상태로 젖어 있어야 하지만, 본래 습지와 갯벌에서 사는 어종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말뚝망둥어가 진흙 위를 걸을 수 있는 해부학적 구조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연구팀은 마이크로 CT 스캔을 이용해서 살아 있는 말뚝망둥어의 해부학적 구조를 상세히 분석했습니다. 작은 장기와 근육, 인대, 뼈를 포함한 세밀한 이미지 수천장을 분석하는 데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연구 결과 말뚝망둥어는 진흙을 밀고 이동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독특한 구조를 진화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양서류나 다른 사지류처럼 관절이 있는 다리는 없지만, 최대한 몸을 미는 힘을 크게 하기 위해 부채와 부채 손잡이 같은 지느러미 구조를 진화시켰으며 이를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막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인대가 막으로 대체된 점이 특이했는데, 부채 같은 지느러미로 더 큰 힘을 지탱하기 위한 변화로 보입니다. 이는 어류를 포함해서 다른 척추동물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구조입니다.

물론 관절이 있는 다리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양서류처럼 진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상태로 수천만 년 동안 육지에서 적응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7-anatomical-mudskipper-reveals.html

Fabienne Ziadi‐Künzli et al, Anatomical insights into fish terrestrial locomotion: A study of barred mudskipper (Periophthalmus argentilineatus) fins based on μCT 3D reconstructions, Journal of Anatomy (2024). DOI: 10.1111/joa.1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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