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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적어도 수십 년간 변하지 않는다


(Curd box next to manganese nodules at a water depth of more than 4000 metres in the so-called DISCOL area (South-East Pacific). This object was verifiably lying on the seafloor for 20 years. During a detailed analysis, researchers from GEOMAR (Kiel, Germany) found no traces of fragmentation or degradation. Credit: ROV Team/GEOMAR)

(Credit: Peter Linke/GEOMAR)


 플라스틱은 나무처럼 썩지도 않고 금속처럼 녹슬지도 않습니다. 플라스틱이 지금처럼 널리 사용된데는 이런 특징도 한 몫 했습니다. 그러나 쓰레기로 환경에 유입될 경우 플라스틱의 내구성은 반대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 환경으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부서져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기는 해도 쉽게 분해되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수심 수천m의 깊은 바다속에서 어떻게 변화를 거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테판 크라우제 박사(Dr. Stefan Krause from GEOMAR)가 이끄는 독일내 여러 연구 기관 (GEOMAR Helmholtz Centre for Ocean Research Kiel, the Max Planck Institute for Marine Microbiology in Bremen and the Kiel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2015년 ROV KIEL 6000 무인잠수정을 이용해서 페루에서 800km 떨어진 태평양 수역인 DISCOL 지역을 조사했습니다. 


 이 지역은 과거 해저 망간 단괴 등 자원 탐사를 위해 1992년과 1996년에도 조사된 바 있는데, 2015년 조사는 주로 학술적 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매우 잘 보존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서 그 연대를 조사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나이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방사선 연대 측정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쓰레기 가운데는 제조 시점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망간단괴 옆에서 관찰된 커드 (Curd, 유제품의 일종) 플라스틱 박스의 경우 1990년대 이후에 사용된 우편 번호가 찍혀 있는데, 이 박스를 만든 회사는 1999년에 사라졌기 때문에 1990 - 1999년 사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그런가 하면 비닐 봉지에 든 데이비스 컵 1989 기념 코카콜라 캔은 이 비닐 봉지가 1989년에 같이 버려졌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물론 플라스틱 제품에 제조일자가 찍힌 경우 더 상세한 추정이 가능하지만, 제조 시점과 버려진 시점에 완전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추가적인 조사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수거한 비교적 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적어도 사반세기 동안 큰 변화 없이 잘 보존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수심 4000m의 고압 환경에서도 플라스틱의 안전성은 그대로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이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 보여주는 연구 결과입니다. 물론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표면에서 미세하게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는 것이 더 위험하긴 하지만, 바다에 가라앉은 플라스틱 쓰레기 역시 주변 미생물 환경을 변화시키고 해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 4000m 바다 밑에서 쓰레기를 주워올 순 없는 만큼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활에서 더욱 철저한 실행이 필요합니다. 


 참고 


S. Krause et al, Persistence of plastic debris and its colonization by bacterial communities after two decades on the abyssal seafloor,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66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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