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impression: Oliver Hull)
태양계의 가스 행성들은 모두 고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토성은 아주 특징적인 큰 고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리의 물질을 잃는 속도를 감안하면 사실 1억 년 이내로 지금 같은 큰 고리는 사라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학자들은 고리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소행성이나 위성 충돌로 생성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기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고리는 주로 가스 행성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구에 고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원시 지구와 충돌한 화성만한 천체 (테이아)가 만든 고리는 한동안 유지되었겠지만, 달을 만든 후 오래 전 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호주 모나쉬 대학의 앤디 톰킨스 교수 (Professor Andy Tomkins)가 이끄는 연구팀은 고생대 두 번째 시기인 오르도비스기에 형성된 크레이터를 분석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연구팀은 크레이터가 특정 위도에 있지 않고 분산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르도비스기 중기에 형성된 21개의 크레이터는 모두 적도에서 30도 정도 이내에만 존재했습니다.
혹시 일부 지각에만 크레이터가 남아 생긴 편향이 아닌지 조사하기 위해 연구팀은 추가로 조사를 통해 안정된 지각 중에서 남은 크레이터 비율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오르도비스기부터 지금까지 남은 안정 지각이 있는 지역은 당시 적도 부근에는 30%정도에 불과해 특정 지역에 샘플이 몰린 결과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연구팀의 가설은 4억 6,600만년 전 지구의 중력에 의해 소행성이 포획된 후 위성이 되지 못하고 너무 가까운 궤도에서 조석력에 의해 부서져 고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고리는 2000만 년 정도 유지되었다가 사라지지만, 그 사이 지구에 많은 운석 충돌을 일으켜 기후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이 시기 있었던 빙하기가 고리에 의한 태양광 차단과 소행성 충돌 결과로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대단히 급진적인 가설이지만, 이웃한 화성 역시 현재 포획된 소행성으로 생각되는 작은 위성을 끌어당기고 있어 미래에는 고리가 형성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지구 역시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할 순 없는 일입니다. 과연 이 가설이 더 많은 증거를 모아 학계에서 인정받는 주도적인 이론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pace/earth-ring-saturn-climate-chao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2821X2400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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