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서 근세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연금술 (alchemy) 에 매달려 납 같은 싼 금속을 금 같은 비싼 금속으로 바꾸기 위해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물론 화학 반응으로 원소를 변경시킬 수 없으니 그 목적으로 본다면 무의미한 시도였지만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근대 화학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21세기의 과학자들은 평범한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대신 금을 이용해서 더 유용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대학 (Brown University) 의 연구자들은 촉매로써의 금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현재 아주 골치거리가 되고 있는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더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CO2) 는 한개의 탄소 원자와 2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것으로 대단히 안정한 분자입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서 유용한 화학물질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 분자가 다른 분자와 화학 반응을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반면 여기서 산소 하나를 제거한 일산화탄소 (CO) 는 훨신 반응성이 큰 분자입니다. 이 성질은 인간에게 꼭 유용하지만은 않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에 대한 친화력이 산소 보다 200 배 정도 강하기 때문에 만약 인간이 흡입하는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죠.
하지만 브라운 대학의 화학과 교수인 순 (Shouheng Sun, professor of chemistry ) 과 그의 동료들은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합성 천연 가스나 메탄올 혹은 다른 대체 연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개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연소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가스입니다. 그 반대의 과정이라면 모를까 이산화탄소 -> 일산화탄소는 흔히 보기 어려운 과정이죠.
이런 힘든 과정을 쉽게 만들어 줄수 있는 촉매로 금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전 연구에서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효율이 매우 낮아서 실용성은 없었습니다. 브라운 대학의 연구팀은 금을 나노 입자 수준으로 작게 만들면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표면적이 크게 넓어지면서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8 nm 입자가 가장 높은 효율을 보여 90% 의 전환율을 보였으며 4,6,10 nm 입자도 좋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처음에는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학 교수인 앤드류 피터슨 (Andrew Peterson, professor of engineering) 와 그의 동료들은 이것이 금 나노 입자의 모양에 의한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효율이 최적이 되는 모양이 있다는 것이죠. 아무튼 나노 입자로 작아진 금은 매우 효율적인 촉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금 나노 입자 촉매 Less is more ... to a point Gold nanoparticles make better catalysts for CO2 recycling than bulk gold metal. Size is crucial though, since edges produce more desired results than corners (red points, above). Nanoparticles of 8 nm appear to have a better edge-to-corner ratio than 4 nm, 6 nm, or 10 nm nanoparticles. (Credit: Sun lab/Brown University) )
과학자들은 적은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만들 수 있는 촉매에 대해 연구 중에 있습니다. 현재 일산화탄소는 산업용으로 여러 화학 물질 제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산화탄소보다는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포스겐 (phosgene. 일산화탄소와 염소가스를 이용해서 제조하는 유독성 기체로 합성수지, 폴리우레탄, 도료, 의약품, 용제 등의 원료로 사용) 제조에 사용 될 수 있죠.
현재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기술은 상당히 진보가 되어 있는데 문제는 분리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재는 매립 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원료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만들 수 만 있다면 일석 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립한 이산화탄소가 다른 문제를 일으키거나 혹은 다시 새어 나올까봐 걱정하는 것 보다는 나은 선택이죠.
앞서 설명했듯이 일산화탄소는 수소 첨가 (hydrogenation) 과정을 거쳐 메탄올로 만들 수도 있고, 피셔 - 트롭쉬 (Fischer-Tropsch process, (2n + 1) H2 + n CO → CnH(2n+2) + n H2O 반응임.) 반응으로 다른 탄화 수소 연료로 만들수도 있습니다. 이를 가공하면 글자 그대로 이산화탄소를 다시 검은 황금인 석유로 바꿀 수 있는 것이죠. 대상이 변하긴 했지만 21 세기의 연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반응시켜 탄화 수소 연료를 만들려는 연구 역시 같이 진행 중인데 사실 문제는 비용과 대량 생산 가능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에 결국 이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가 들어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결국 이산화탄소를 이용해서 연료를 생산하는 일도 가능은 한데 에너지, 비용, 대량 생산 가능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과연 미래에는 이산화탄소에서 만든 연료로 자동차를 굴리게 될지 궁금합니다.
이 연구는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Wenlei Zhu, Ronald Michalsky, Önder Metin, Haifeng Lv, Shaojun Guo, Christopher J. Wright, Xiaolian Sun, Andrew A. Peterson, Shouheng Sun. Monodisperse Au Nanoparticles for Selective Electrocatalytic Reduction of CO2 to CO.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2013; : 131024140700002 DOI: 10.1021/ja4094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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