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가운데는 매우 특이한 생존 방식을 가진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신기한 박테리아 중 하나는 바로 몸에 나침판 역할을 하는 작은 자석을 지닌 박테리아들입니다. 주자성 박테리아 Magnetotatic Bacteria (MTB) 라고 불리는 박테리아들은 수십 년 전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왔습니다.
이들은 마그네토좀 Magnetosome 이라는 세포 소기관을 지니고 있는데 여기에는 자기를 띤 크리스탈 (magentic crystals) 이 들어 있어 지구 자기장을 감지합니다. 이를 이용해서 이 미생물은 인간도 못하는 일 - 즉 나침판의 도움 없이도 북쪽과 남쪽의 방향을 감지하는 일 - 을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추켜세우긴 하지만 사실 인간이 못하는 일을 해내는 미생물은 무수히 많습니다. 이들 역시 그런 사례라고 해야겠죠.
비록 이들 주자성 박테리아 (MTB) 의 존재가 이전부터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과학자들은 정확히 어떤 기전으로 이 박테리아들이 나노 자석을 만드는 지 확실히 몰랐습니다. 프랑스의 원자력청 (Commissariat a l'Energie Atomique. CEA) 소속의 과학자들은 마그네토좀에서 어떻게 미세 자석을 만드는지 기전을 보다 명확히 밝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주자성 박테리아 (MTB) 의 하나인 Magnetospirillum magnetotacticum 의 사진으로 체인처럼 되어 있는 마그네토좀의 모습이 박테리아 속에 보임 Magnetospirillum magnetotacticum with magnetosome chains faintly visible. Author : Paul Preuss / public domain image )
마그네토좀안에 있는 지방 소포 (lipid vesicle) 안에는 철이 포함된 두가지 자성을 띤 물질인 자철석 magnetite (Fe(ii)Fe(iii)2O4) 와 그레자이트 greigite (Fe(ii)Fe(iii)2S4) 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Fe (II) 와 Fe (III) 의 비율이 조절되는지 전혀 알 지 못했는데 이 연구의 저자들은 새로운 단백효소인 MamP 가 이 비율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Mamp 는 Fe (II) 를 산화시켜 Fe (III) 로 바꿔 그 적정 비율을 유지하게 만듭니다. 덕분에 마그네토좀안에 나노 자기 크리스탈이 형성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연구팀은 전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자성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가 향후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진 확실치 않지만 다양한 상상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CEA 에서는 이런 나노 자기 물질을 영상 의학 영역에서 사용하는 조영제 (contrast) 로 응용이 가능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또 박테리아들을 자기장을 이용해서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오염 물질 분해 효소를 지닌 주자성 박테리아를 이용해 오염 물질을 제거한 후 박테리아들을 회수해서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박테리아들을 자기장을 이용해서 한쪽으로 몰고 다닐 수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죠.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Marina I. Siponen, Pierre Legrand, Marc Widdrat, Stephanie R. Jones, Wei-Jia Zhang, Michelle C. Y. Chang, Damien Faivre, Pascal Arnoux, David Pignol. Structural insight into magnetochrome-mediated magnetite biomineralization. Nature, 2013; DOI: 10.1038/nature12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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