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빛을 포함해 무엇이든지 다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명제는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것이 블랙홀이 무조건 빨아들이는 진공 청소기 같은 천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 수많은 블랙홀들이 역설적으로 대한 물질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블랙홀의 중력에 붙잡힌 물질 중 상당 부분은 물론 사상의 지평면 아래로 흡수되어 영원이 사라지게 되지만, 여기로 들어가지 못한 물질은 블랙홀 자전축의 수직방향으로 분출됩니다. 이 현상은 제트(jet)라 불리는데, 블랙홀의 강력한 자기장이 원인이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아직 그 정확한 메카니즘은 100% 이해되지 않고 있습니다.
블랙홀의 제트는 물론 블랙홀이 클수록, 그리고 블랙홀로 흡수되는 질량이 많을 수록 더 커집니다. 우주에서 가장 큰 블랙홀들은 대부분 은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제트가 분출되는 장소도 은하 중심부입니다. 천문학자들에게 이는 중요한 관측 대상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구에서 2억 6천만 광년 떨어진 타원은하인 NGC 3862를 관측했습니다. 이 은하는 은하 밖에서도 블랙홀의 제트가 보이는 은하외 제트(extragalactic jets)를 가진 은하입니다. 물론 이는 그만큼 강력한 블랙홀 제트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 은하의 제트는 유달리 강력해서 가시광 영역에서도 쉽게 관측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지난 20년간 이 은하의 제트를 관측해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 블랙홀에서 뿜어져나오는 제트는 플라즈마 상태(원자와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갈려진 물질로 거의 광속에 근접하는 속도로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상대성 이론에 따라서 빛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없음) 그런데 이 제트의 흐름을 관측한 결과 이전의 예상과는 달리 제트의 흐름이 연속적이지 않고 중간 중간 뿜어져 나오는 형태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NGC 3862의 은하외 제트(extragalactic jets). In the central region of galaxy NGC 3862 an extragalactic jet of material can be seen at the 3 o'clock position (left). Hubble images (right) of knots (outlined in red, green and blue) shows them moving along the jet over 20 years. The "X" is the black hole.
Credits: NASA, ESA, and E. Meyer STScI)
(동영상)
당연히 허블 망원경의 이미지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의외에 관측 결과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뿜어져나온 물질들은 앞서 뿜어져 나온 물질들과 충돌하면서 더 밝게 빛났습니다. (앞서 나온 제트는 주변 물질과의 마찰로 속도가 느려짐) 이는 마치 자동차의 후방 충돌(rear-end collision) 같은 일이 블랙홀의 제트 내부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는 물체 끼리 일어난 아광속 충돌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어떤 원리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의 능력 덕분에 수억 광년 떨어진 은하 중심 블랙홀이 만드는 대형 충돌 사고를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더 신기한 장소인게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Eileen T. Meyer, Markos Georganopoulos, William B. Sparks, Eric Perlman, Roeland P. van der Marel, Jay Anderson, Sangmo Tony Sohn, John Biretta, Colin Norman, Marco Chiaberge. A kiloparsec-scale internal shock collision in the jet of a nearby radio galaxy. Nature, 2015; 521 (7553): 495 DOI: 10.1038/nature14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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