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발리 신혼여행기 (1)




 신혼 여행은 모두에게 일생에 한번 뿐이고 꽤 두근거리는 이벤트일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돈을 지불한 반면 그만큼 만족을 못하게 되는 여행이 되기도 쉽상입니다. 또 신랑 신부의 의견이 좀 달라서 다툴수도 있는 부분이죠. 대개 보면 여자분들은 좀 특별한 데 가기를 원하고 남자분들은 가까운데 가기를 희망하시는데 커플마다 다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저희 이야기를 해보자면 신부되실 분이 처음에는 유럽이나 하와이등도 생각했으나 현실적으로 시차가 꽤 있는데다 비행기를 장시간 타야만 하고 더 나아가 휴가 기간이 그다지 길지도 않아서 좀 무리한 일이라고 결론 짓고 한국에서 가장 신혼 여행을 많이 간다는 동남아 지역으로 변경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행기 시간이나 시차 역시 무시할 수 없는게 결혼식이 끝나면 상상 이상으로 피곤하기 때문에 과연 장거리 여행이 괜찮은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물론 여행을 좋아하고 당사자들이 괜찮다면 문제 될 건 없습니다. 딱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렇게 현실의 벽 (?) 을 쉽게 받아들이고 나서 고민할 문제는 바로 그럼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아주 가까운 위치에 제주도, 오키나와, 타이완 등이 존재하지만 신혼여행지로는 요즘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 같고 더 멀리에 있는 필리핀, 태국, 인도네이시아와 기타 사이판, 괌등이 여전히 강세라고 하는데 저희가 신혼 여행 상품을 찾아봤을때는 역시 이런 지역들이 아주 강세를 보이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팁이 있습니다. 여행사에서는 잘 해주지 않는 이야기고 (저 역시 전혀 이야기 듣지 못했습니다) 다른 결혼 선배들로부터도 조언을 받기 어려운 부분인데 바로 날씨에 관한 것이죠. 유럽 같은 경우 우리와 계절이 비슷하기 때문에 대충 준비하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열대 지방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슨 이야긴가 하면 태풍 시즌과 건기와 우기의 차이입니다. 


 처음에 저희는 남들이 많이가서 패키지 상품이 많은 태국 푸켓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문제가 있었던 것이죠.  




(푸켓의 기후   Source : Wiki)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4월부터 11월까지 비가 제법 내린다는 점입니다. 특히 5월에서 10 월은 적어도 평균 월 200 mm 이상의 강수량을 보입니다. 물론 우기에 간다고 해도 운이 좋다면 흠뻑 비에 젖지 않을 수도 있으나 굳이 그런 운을 시험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7월에 다녀오는 만큼 이건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발리는 어떨까요. 발리의 수도인 덴파사르의 기후는 이렇습니다.



(덴파사르의 연중 기후  Source : wiki) 


 발리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12 월에서 2월 사이에 비가 가장 많이 오고 7-8 월은 내우 건조한 시기입니다. 실제로 저희가 있었을 때 가랑비 한 차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곤 모두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한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일년 내내 섭씨 30 도 이상이지만 그래도 7-8 월이 바람이 많이 불고 시원한 계절이라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한 부분입니다. 앞으로 설명드릴테지만 말이죠. 


 또 한가지 고민할 문제는 7월이 태풍이 꽤 불어닥치는 시즌이라는 것인데 다행히 발리는 남위 8 도 정도에 위치해있고 이 시기에는 태풍 내지는 윌리윌리가 잘 지나가는 시기가 아닙니다. 



(열대성 저기압 (Tropical cyclone) 의 이동 경로. 클릭하면 원본 Map of the cumulative tracks of all tropical cyclones during the 1985–2005 time period. The Pacific Ocean west of the International Date Line sees more tropical cyclones than any other basin, while there is almost no activity in the Atlantic Ocean south of the Equator.

This map shows the tracks of all Tropical cyclones which formed worldwide from 1985 to 2005. The points show the locations of the storms at six-hourly intervals and use the color scheme shown to the right from the Saffir-Simpson Hurricane Scale. ) 


 나중에 알게된 일이긴 하지만 만약에 필리핀으로 장소를 정했으면 시기적으로 9 호 태풍 람마순과 마주쳤을 것 같습니다. 비록 세부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신혼 여행지에서 태풍을 마주치고 싶은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리 태풍 경로에 위치한 지역은 피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거의 비한방울 맞지 않고 신혼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딴 이야기지만 신혼 여행 이야기인데 마치 기후에 대한 포스팅 같다는..... 하지만 꽤 중요한 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준비 하시는 분들은 꼭 해당 지역의 장기 기상 예보나 기후 상황에 대해서 사전 체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발리로 여행지를 정한 후 다음에 한 일은 패키지 여행을 갈 것인지 자유여행을 갈 것인지입니다. 각기 일장 일단이 있는데 자유 여행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일정이 여유로운 반면 호텔에서 부터 비행편, 일정까지 직접 짜야 하므로 귀찮은 부분이 많습니다. 패키지 여행은 조금 비싼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일정이나 호텔등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자유 여행으로 제가 비행편과 호텔을 잡았습니다. 


 호텔의 경우에 발리 현지에는 풀빌라 천국인 푸켓 만큼이나 많은 빌라와 호텔들이 존재합니다. 발리는 제주도의 3 배 정도 되고 경기도 만한 크기를 지닌 꽤 큰 섬입니다. 인구도 400 만이나 되고 덴파사르라는 대도시도 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텔을 고른다면 선택의 폭은 꽤 넓습니다. 특히 호주와 미국, 유럽에서오는 장기 투숙자들을 위한 저렴한 호텔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 꽤 매력입니다.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독립 풀을 지닌 풀빌라의 경우 최근에는 신혼여행의 스탠다드 처럼 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상당수 신혼 부부들이 겪게 되는 일이 풀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희의 경우에는 모두 물놀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큰 미련없이 풀빌라 대신 스위트 룸을 선택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더 알뜰하기 때문이죠. 





 제가 결정한 호텔은 아시아 지역에서 다국적 리조트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아난타라가 발리 스미냑에 건설한 아난타라 스미냑 호텔입니다. 객실은 60 정도 이지만 모두 스위트룸이며 특히 신혼 부부들을 타겟으로 노린듯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호텔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는 것 보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므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굳이 명칭을 밝힌 이유는 신혼 여행지로 호텔을 물색 중이신 예비 신혼 부부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저희도 다른 신혼 부부들이 쓴 글들을 보고 정보를 얻었으니 말이죠. 특별한 댓가 없이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참고만 하시길) 


 이렇게 장소와 호텔을 정하고 나서 저희는 결혼식 하루 후 신혼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여행보단 정보글이네요. 하지만 몇가지 정보를 더 전한 후 여행 이야기를 꺼내 보겠습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