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보다 훨씬 많은 공생 미생물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미생물이 사는 장소는 장으로 사람이 분해하지 못하는 식이 섬유 같은 영양물질을 분해해 자신도 사용하고 숙주에도 일정 부분 물질과 영양분을 제공합니다. 또 많은 미생물이 대사 과정에서 다양한 대사 산물을 만들어 숙주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사실 장내 환경에는 박테리아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박테리아와 함께 곰팡이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며 박테리아를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 역시 정상적으로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들 역시 숙주의 건강과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앨라배마 대학 (University of Alabama)의 켄트 윌리스 (Kent Willis)와 테네시 대학 보건 과학 센터(University of Tennessee Health Science Center)의 조셉 피에르(Joseph F. Pierre)가 이끄는 연구팀은 네 개 회사에서 받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장내 곰팡이가 음식물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참고로 장내 미생물에 대해서 마이크로비움 (microbiome)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곰팡이의 경우만 따로 본다면 마이코비움 (mycobiome)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쥐에게 고지방, 고당분으로 된 100% 가공식품을 준 실험군과 정상 식이를 준 대조군에서 마이코비움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같은 음식을 주더라도 곰팡이 종류의 차이에 따라 체중 증가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고지방, 고당분 식이를 준 경우 예외 없이 체중 증가가 확인되었으나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이 있는 서모마이세스 (Thermomyces)의 비중이 높고 베이킹 등에 사용되는 사카로마이세스 (Saccharomyces)의 비중이 낮은 경우 체중 증가가 15%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방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증가하면서 기름진 음식을 더 잘 먹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장내 곰팡이를 비롯해서 우리 몸에 공생하는 곰팡이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곰팡이 역시 다양한 유기물을 대사하고 대사 산물을 내놓는 만큼 이것이 숙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곰팡이라고 하면 일단 건강에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공생 곰팡이 중 극히 일부만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어떤 사실이 밝혀질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health-wellbeing/fungal-mycobiome-gut-bacteria-microbiome-health-metabolism/
https://www.nature.com/articles/s42003-021-0182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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