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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의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차세대 나트륨 용융염 원자로 - 나트륨


 

(Natrium's advanced nuclear reactor design, which will be up and running as a full scale trial plant in the late 2020s, also stores several times more energy than most grid scale batteries for rapid load response. Credit: Natrium)




(The sodium fast reactor is designed to run 24/7 at its maximum 345 MWe capacity. Credit: Natrium)




(The molten salt thermal energy storage attached to the Natrium generator holds ten times as much on-demand energy as the biggest grid-scale battery projects on the planet. Credit: Natrium)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외에도 몇몇 회사를 창업했을 뿐 아니라 현재도 회장직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차세대 원자력 관련 회사인 테라파워 (TerraPower)입니다. 2006년 설립된 테라파워는 기존의 원자로와 근본적으로 다른 차세대 기술을 적용해 매우 안전하고 효율이 높은 원자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테라파워와 GE 히타치 핵에너지 (GE Hitachi Nuclear Energy)사는 미에너지부 (DoE)의 지원 아래 나트륨 (Natrium)이라는 실험용 원자로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나트륨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트륨 (소듐)을 이용한 용융염 (melted salt) 방식의 원자로입니다. 



 기존의 원자로는 냉각제로 주로 물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물은 쉽게 기화해서 수증기가 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녹는점과 끓는점 차이가 100K에 불과하다보니 이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끊임없는 냉각과 복잡한 시스템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에 기화되면 부피가 엄청나게 팽창하기 때문에 크고 튼튼한 폐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온에서 산소와 수소로 분해되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폭발의 위험성이 존재합니다. 



 반면 나트륨은 녹는점이 섭씨 98도 끓는점이 883도로 785K라는 매우 넓은 범위를 지니고 있어 온도 조절이 더 쉽습니다. 갑자기 기화되어 고압 증기가 되지 않기 때문에 튼튼한 고압 용기에 연료봉과 냉각제를 넣을 필요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물론 산소와 수소로 분해되어 폭발할 위험성도 없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오래전부터 용융염 원자로 냉각제로 주목받긴 했지만, 고온 용융염을 취급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라 널리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나트륨 원자로는 최신 내열 소재 기술을 이용해서 고온 나트륨 용융염을 대량으로 운용하는 원자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핵연료는 일반적인 발전용 우라늄인 Low Enriched Uranium (LEU)보다 우라늄 - 235 농도가 높은 High-Assay, Low Enriched Uranium (HALEU)를 사용합니다. 우라늄 - 235 농축 밀도가 5-20% 정도로 연료 효율이 높고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해서도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온 용융염과 HALEU 사용으로 나트륨의 에너지 효율은 일반적인 경수로보다 네 배 높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안전성입니다. 나트륨 원자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원자로를 식힐 수 있는 대량의 냉각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기존의 원자로와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나트륨 원자로는 345MW 용량의 중형 원자로인데, 특이하게도 5.5시간 이상 500MW급 발전이 가능합니다. 50% 정도 발전이 더 가능한 이유는 거대한 액체 나트륨 저장 탱크 덕분입니다. 저온 나트륨 탱크와 고온 나트륨 탱크 두 개가 있는데, 일단 원자로에서 가열된 나트륨은 고온 탱크에 저장되었다가 발전기를 돌리게 됩니다. 따라서 전기가 남아돌때는 바로 발전하지 않고 열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는 추가로 더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의 장점은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할 때 나타납니다.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이 떨어질 때 공급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분의 냉각제를 대량으로 확보해 노심 용융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나트륨은 2020년대 후반에 상업 발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빌 게이츠가 테라파워를 설립한 후 수십 년만에 실제 상업 발전에 들어가는 것인데, 과연 미래를 내다본 선견지명이 될 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energy/natrium-molten-salt-nuclear-reactor-storage/


https://en.wikipedia.org/wiki/TerraPower


https://natriumpo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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