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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동굴 속에 사는 요각류의 독에서 발견된 약물 후보 물질



 (Toxic underwater crustacean: Xibalbanus tulumensis contains toxins that are suitable for the development of active substances against neurological diseases. Credit: Björn M. von Reumont)




(Overview of published data used for the study to investigate bioactivity of the higher expressed ICK-like peptides. Credit: BMC Biology (2024). DOI: 10.1186/s12915-024-01955-5)

요각류 (remepede)는 마치 지네처럼 생긴 외형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지네가 아니라 갑각류의 일종으로 바다에만 사는 절지류입니다. 이들은 주로 동굴처럼 고립된 장소에서 살고 있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들이 지닌 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크 대학(Goethe University Frankfurt)의 비에른 폰 레우몬트 박사 (Dr. Björn von Reumont)와 동료들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바다와 연결된 지하수에 살고 있는 요각류 중 하나인 시발바누스 툴루멘시스 (Xibalbanus tulumensis)의 독을 연구했습니다.

요각류는 독을 주입하는 독니를 지니고 있는데, 많은 생물독과 마찬가지로 요각류의 독 역시 여러 가지 화학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육상 동물과 달리 해양 생물이나 요각류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사는 생물의 독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기 때문에 여기에 유용한 약물 후보 물질들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시발바누스의 독에서 몇 가지 유용한 후보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예를 들어 Xib1, Xib2, Xib13는 포유류에서 포타슘 이온 채널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먹이나 천적의 신경계를 마비시키는 데 활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에서 뇌전증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생각입니다. 또 Xib1, Xib13은 인간의 심장 근육 세포에서 발견되는 소듐 이온 채널도 억제할 수 있어 역시 심장 관련 약물로 개발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발바누스에서 추출한 물질이 억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펩타이드들은 인체에 있는 신호 시스템인 kinases PKA-II와 ERK1/2를 자극하는데, 후자는 통증 신호와 연결되어 있어 앞으로 진통제 등의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해양 동물 가운데는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약물 성분이나 신소재 후보 물질을 지닌 것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인 가치를 생각해도 이들을 보전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하지만 시발바누스가 사는 지하 동굴은 세노테 (cenote)라고 부르는 함몰 지형과 연결되어 있어 사실 외부 충격에 취약합니다. 최근 이 지역에 건설되는 철도가 이들에게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철도를 건설하되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담이지만, 요각류는 바다 탐험대 옥토넛에 등장한 바 있고 세노테와 지하 동굴 시스템 역시 극장판에서 나온 적 있습니다. 요각류를 보니 갑자기 그 기억이 나네요.

(옥토넛 시즌 1)

참고

https://phys.org/news/2024-10-venomous-crustacean-mayan-underwater-caves.html

Ernesto Lopes Pinheiro-Junior et al, Diversely evolved xibalbin variants from remipede venom inhibit potassium channels and activate PKA-II and Erk1/2 signaling, BMC Biology (2024). DOI: 10.1186/s12915-024-019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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