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과 지방이 풍부한 패스트푸드나 과자류는 중량에 비해 열량이 매우 높은데다, 단순당이나 포화지방, 트랜스지방처럼 과량 섭취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주식처럼 먹을 경우 건강에 해롭습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만 유병률이 높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런 종류의 음식이 널리 보급된데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탕을 비롯한 첨가당과 지방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분명한 건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설명했듯이 둘다 과다하게 섭취하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비만, 심혈관질환, 당뇨 등 다양한 질병이 이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과 설탕 중 어느 쪽이 비만의 중요한 이유냐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애버딘 대학 (University of Aberdeen)의 존 스피크만 (John Speakman) 교수와 중국 과학원의 과학자들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지방이 과도한 열량 섭취의 중요한 이유라는 연구 결과를 저널 Cell Metabolism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8.3%-80% 지방, 10-80% 탄수화물 (5-30%의 설탕 포함), 5-30%의 단백질을 다양하게 조합한 사료 29종을 이용해 어떤 사료를 먹은 쥐가 비만이 되는지 연구했습니다. 사료의 종류는 사람이 정해주지만, 먹는 양은 쥐가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예상과는 달리 설탕이 많이 포함된 사료를 먹어도 비만해지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지방의 경우 60%까지 체중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높은 지방 함량은 과도한 열량 섭취를 촉진해 비만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동물 실험 결과와 사람에서의 결과는 다를 수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같은 양을 먹었을 때 가장 많은 열량을 지닌 지방이 비만의 더 중요한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물론 이런 결과는 실제 비만 예방 및 치료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 고열량 식사들이 대부분 많은 지방과 설탕을 동시에 섭취해 (대표적으로 치킨 + 콜라, 혹은 피자 + 탄산 음료) 지방과 설탕을 분리해 생각한다는 것이 그렇게 실용적이진 않기 때문이죠. 둘다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성분이라 여러 가공 식품에 아낌없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방 비율이 60%를 넘었을 때는 오히려 그 이하보다 체중이 감소했다는 점인데, 당연히 다른 필수 영양소 없이 지방만 먹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형적인 고지방 식사는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건강에 나쁘다는 점 역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건강한 식사는 건강한 삶과 같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겠죠.
참고
Dietary Fat, but Not Protein or Carbohydrate, Regulates Energy Intake and Causes Adiposity in Mice. Cell Metabolism. DOI: doi.org/10.1016/j.cmet.2018.06.010
https://medicalxpress.com/news/2018-07-fat-consumption-weight-g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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