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us geographus hunting a fish. Credit: Courtesy of Baldomero Olivera)
앞서 속효성 인슐린을 무기로 삼은 청자고둥(Cone Snail)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작용하는 인슐린을 뿌려 먹이가 되는 물고기에 저혈당을 유발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잡아 먹는 것이죠. 이 청자고둥이 사용하는 단순한 구조의 인슐린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유타 대학의 과학자들이 이 청자고둥이 만드는 인슐린의 구조를 분석해서 매우 속효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인슐린을 개발에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우리 몸에서 분비될 때는 사실 6개가 하나로 뭉친 상태로 나오게 됩니다. 인슐린이 실제 작용을 하려면 하나씩 분리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비교적 느리게 일어나서 인슐린의 혈당 저하 작용 역시 약간 느리게 발현됩니다. 인슐린은 A 사슬과 B 사슬이라는 두 개의 구조물이 있어야 효과를 나타내는데, B 사슬이 이렇게 뭉치는 과정에 관여합니다.
청자고둥의 인슐린은 B 사슬의 기능은 약화되어 쉽게 분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용 속효성 인슐린보다 몇 배나 빠른 5분만에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류의 경우 아가미로 이 인슐린이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불과 몇 분만에 저혈당에 빠져 청자고둥이 잡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연구팀은 청자고둥의 인슐린 구조와 사람 인슐린 구조를 비교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B 사슬을 일부를 잘라낸 사람 인슐린은 인슐린 수용체와 결합 능력을 잃은 반면 청자고둥 인슐린(Con-Ins G1)은 비록 사람 인슐린보다 효과는 낮을지언정 빠른 속도로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서 사용했을 때 안전성은 확립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속효성 인슐린 개발에 가능성을 보여준 셈입니다.
(Comparison of the structures of insulin in Conus geographus (red/white) and in humans (blue/white and green). The green B-chain terminal segment is absent in the C. geographus insulin. Credit: Mike Lawrence.)
청자고둥을 비롯하여 많은 생물들이 이렇게 인류에게 유용할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여러 가지 사실 가운데 일부는 우리에게 유용한 결과물을 가져다줍니다. 기초 학문이 응용되어 유용한 결과를 낳는 것이죠. 청자고둥이 속효성 인슐린을 만든다는 사실 역시 새로운 인슐린 제재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참고
A minimized human insulin-receptor-binding motif revealed in a Conus geographus venom insulin, 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DOI: 10.1038/nsmb.3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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