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여러 가지 질환의 위험인자로 사망률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흥미롭게도 일부 질환에서는 비만한 환자가 날씬한 환자보다 더 오래사는 비만의 역설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심부전(heart failure)가 비만한 사람에서 잘 생기지만, 일단 생기면 비만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서 더 오래 산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역설은 일부 암에서도 나타나는데, 신장암에서도 그렇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다나-파버 암 연구소 (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연구자들은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과체중이나 비만인 환자가 정상 체중 신장암 환자보다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더 길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2000명에 가까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할 한 코호트에서 과체중이나 비만인 신장암 (콩팥세포암종, RCC, Renal Cell Carcinoma)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5.6개월인데 비해 정상이나 그 이하 체중인 환자는 17.1개월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이 차이는 전이성 암이 있는 경우에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비만한 환자에서 암의 진행 및 전이 속도가 느렸다고 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전이 신세포암 데이터 베이스 컨소시엄 International Metastatic Renal Cell Carcinoma Database Consortium (IMDC)에서 제공한 1975명의 신장암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것입니다. 동시에 다른 데이터 역시 분석했는데, 여기에는 Cancer Genome Atlas project에 참가한 324명, 다나-파버 및 하버드 대학에서 제공한 146명의 신장암 환자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왜 비만 환자에서 신장암의 진행이 느린지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비만 자체는 여러 질환은 물론 암의 원인이 되므로 설령 신장암의 진행을 늦춘다고 해도 의학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지만, 그 기전을 이해하면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왜 비만 환자에서 신장암의 진행 속도가 느린지를 규명하기 위해 여러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비만 환자에서 fatty acid synthase (FASN) 유전자의 활성이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효소 자체는 지방산을 합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세포막을 형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서 암세포의 증식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비만 환자에서는 이 유전자의 활성이 떨어져 있습니다.
실제로 이 유전자가 연관되어 있다면 이는 앞으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목표가 될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참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