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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정체기는 사실 없었다?



(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 change from 1880 to 2014, relative to the 1951–1980 mean. The black line is the annual mean and the red line is the 5-year running mean. The green bars show uncertainty estimates. Credit: NASA GISS. )​
 2000년 이후 지구의 기온은 한동안 상승세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2005년 새로운 온도 기록이 세워진 후 비슷한 온도에 도달한 것이 2010년 이었고 다시 이 기록이 깨진 것은 2014년 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약간 정체기가 있었다는 가설은 그럴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들은 이 정도 변화는 지구 온도 주기 순환에서 있을 수 있는 정도이며 사실 따로 정체기(hiatus)는 없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스테판 르완도우스키 교수(Professor Stephan Lewandowsky of Bristol's Schoo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nd the Cabot Institute)​는 2009년에서 2014년 사이 발표된 리뷰 논문 40편을 리뷰해서 과연 과학자들 사이에 실제로 지구 온난화 정체기라는 용어에 동의가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hiatus나 pause 같은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연구자들 사이에서 그 의미는 상당한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몇몇 연구들은 표본의 수가 충분치 않아 확실한 통계적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결국 연구자들은 실제로는 과학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확실한 수준의 정체기나 휴지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보충 설명을 하자면 논란이 있는 분야에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지지하는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지게 되는데, 이를 모두 읽고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논문들을 리뷰해서 과학계의 전체적인 의견이 어떤지를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분석한 내용은 지구 온난화 정체기라는 주제로 이를 분석하면 최근에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고 과거 말했던 정체기라는 것도 실제로 의견이 일치하 것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자들은 따라서 정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정체기나 휴지기라는 용어 자체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There is no substantive evidence for a 'pause' or 'hiatus' in global warming and the use of those terms is therefore inaccurate,")


 덧붙여 연구팀은 과학자들이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정체기나 휴지기 같은 용어를 쓰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Therefore, scientists should avoid the use of 'pause' or hiatus' when referring to fluctuations of 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 around the longer-term warming trend)

 실제로 정체기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었는지 아닌지는 아마도 수십 년 간 변화의 흐름을 봐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런 것이 있었다고 해도 최근의 온도 상승은 이제는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연구팀이 지적하는 것은 정체기나 휴지기 같은 표현이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악용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정체기라는 표현 자체가 지금 잠시 쉬는 정도라는 것을 의미하지 멈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사실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왜곡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널리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죠. 개인적인 생각은 표현을 어떻게 바꿔도 그걸 막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참고
 'On the definition and identifiability of the alleged "hiatus" in global warming' by Stephan Lewandowsky, James S. Risbey and Naomi Oreskes, Scientific Reports(2015)                                        

http://phys.org/news/2015-11-substantive-evidence-global.html#j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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