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University of Maryland)
수성은 태양계의 안쪽 암석 행성 네 개 가운데 가장 작지만, 밀도는 의외일 정도로 높습니다. 수성의 밀도는 5.427g/㎤으로 훨씬 큰 지구와 맞먹는 수준이며 화성의 3.9335 g/㎤ 보다 높습니다. 이런 높은 밀도는 내부의 큰 금속 핵 덕분입니다. 수성이 이런 독특한 구성을 지니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충돌설이 가장 유력한 가설로 지목됐습니다. 태양계 초기에 수성이 미지의 다른 원시 행성과 충돌해 가벼운 물질을 잃고 무거운 핵만 남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충돌한 행성의 나머지 잔해는 어디 있는가라는 의문이 남지만, 수성의 무거운 물질 구성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메릴랜드 대학의 윌리엄 맥도너와 도호쿠 대학의 타카시 요시자키 (William McDonough, a professor of geology at the University of Maryland, and Takashi Yoshizaki from Tohoku University)는 충돌설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수성의 무거운 금속 핵의 생성 이유는 바로 태양의 자기장입니다.
연구팀은 철 같은 무거운 원소 비중이 행성의 크기 뿐 아니라 태양에서의 거리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다시 말해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철의 비율이 감소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유는 초기 태양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초기 태양 주변에는 가스와 먼지의 구름인 원시 행성계 원반이 형성되는데, 이 가운데 철 성분이 풍부한 먼지는 자기장에 영향을 받습니다. 초기 태양의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철 같은 무거운 원소는 태양에서 가까운 거리로 이동하고 먼 거리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원소가 남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태양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을수록 철의 비중이 큰 행성이 탄생합니다.
만약 이 가설이 옳다면 외계 행성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직 이를 확인할 정도로 작은 행성을 정확하게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한 가설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 가설에 따르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적당한 거리에서만 형성될 수 있어 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금속 핵은 지구 생명체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진화에는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강력한 지구 자기장이 해로운 우주 방사선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얕은 바다와 지상에 복잡한 다세포 생명체가 진출하고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태양의 자기장 때문이라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고
William F. McDonough et al, Terrestrial planet compositions controlled by accretion disk magnetic field, Progress in Earth and Planetary Science (2021). DOI: 10.1186/s40645-021-00429-4
https://phys.org/news/2021-07-mercury-big-iron-core-magnetis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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