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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의 진짜 모습은 ?




 고생물학에 있어서 하나의 아이콘이라고 할만한 화석은 역시 시조새 (Archeopteryx) 입니다. 1861 년 첫 화석이 발견될 당시 학계에서는 진화론의 좋은 증거라고 생각해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오랜 세월 시조새는 새와 파충류 사이 진화의 증거로 받아들여졌고 오늘날에는 수각류 공룡과 새의 진화 상의 어떤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전 시조새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http://blog.naver.com/jjy0501/100161962421 참고 )과거 중간 고리로써의 시조새의 중요성은 새롭게 발견된 깃털 공룡과 고대 조류 때문에 희석되었지만 매우 보존 상태가 좋은 화석이 많고 오랜 세월 연구된 덕분에 시조새의 화석은 여전히 그 과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시조새의 화석이 최근에 다시 주목을 끈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고대 조류의 화석에서 깃털의 색상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2011 년, Ryan Carney 와 그 동료들은 Scanning Electron Microscopy 기술과 energy dispersive X ray 분석을 통해 한개의 깃털 화석으로부터 검은색을 나타내는 melonosome 의 존재를 밝혀낸 바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연구팀은 시조새의 깃털이 본래 검은색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시조새 복원도는 마치 까마귀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맨체스터 대학 (University of Manchester ) 의 고생물학자인 필 매닝 (Phill Manning) 박사와 미국 에너지부 (DOE) 의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 (SLAC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 의 과학자들은 강력한 X 선 빔을 (Stanford Synchrotron Radiation Lightsource (SSRL) X ray ) 한개의 개체 화석 표면에 조사하는 방식으로 하나의 깃털이 아닌 전체 표본의 색깔이 어떠했는지 단서를 찾아봤습니다. 깃털 한개가 검다고 해서 검은새라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1.5 억년 된 화석 표면에서 화학 물질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당연히 매우 힘든 일이지만 연구팀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것이 분명한 유기 황 화합물 흔적을 바탕으로 당시 색소를 재구성해 시조새의 모든 깃털이 전부 검은 색은 아니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를 토대로 복원한 모습은 까마귀와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복원한 시조새. 날개 일부 깃털은 옅은 색으로 적어도 완전히 새카만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복원 Artist's illustration of how Archaeopteryx may have looked sporting its new pigmentation. (Credit: Image courtesy of Manchester University))


(2011 년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복원한 시조새, 깃털 모두가 검은색이라고 가정했다. Artist's restoration ofArchaeopteryx following Carney's 2011 feather coloration study, indicating that at least some of the feathers on the animal were black.  https://en.wikipedia.org/wiki/File:Archaeopteryx_NT.jpg  )


 사실 화석을 통해 본래 생물의 색깔까지 복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공룡을 포함해서 우리가 흔히 보는 고생물 복원도는 상당 부분 상상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바로 색깔로 피부나 비늘, 혹은 깃털의 색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없는 만큼 대략적인 상상에 근거해 복원도를 만들게 됩니다. 따라서 진짜 공룡과 마주친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이질적으로 생겼을 수도 있겠죠. 

 이런 면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꽤 신선한 것입니다. 대략 적인 추정이겠지만 새로 복원된 시조새의 모습은 좀더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죠. 다만 이것 역시 완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시조새는 실제로는 더 화려한 색상을 가진 동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것을 완전히 알아내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점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어쩌면 오래전 멸종한 동물의 피부나 깃털 색을 추정하는 일이 가능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대 생물의 복원도를 작성할 때만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생물이 깃털을 다른 용도 (예를 들어 짝짓기) 나 혹은 위장등의 목적으로 사용했는지 좀 더 많은 것을 화석으로 부터 알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논문은 Journal of Analytical Atomic Spectrometry (Royal Society of Chemistry) 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Phillip. L. Manning, Nicholas P. Edwards, Roy A. Wogelius, Uwe Bergmann, Holly E. Barden, Peter L. Larson, Daniela Schwarz-Wings, Victoria M. Egerton, Dimosthenis Sokaras, Roberto A. Mori, William I. Sellers. Synchrotron-based chemical imaging reveals plumage patterns in a 150 million year old early birdJournal of Analytical Atomic Spectrometry, 2013; DOI: 10.1039/C3JA50077B
  2. Carney, R (2012), "New evidence on the colour and nature of the isolated Archaeopteryx feather"Nature Communications,doi:10.1038/ncomms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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