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enorhabditis elegans. Credit: Wikipedia)
생물 연구 모델로 널리 사용되는 예쁜꼬마선충은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선충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의 특이한 사실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서 내부 장기를 파괴시키고 커다란 영양 성분이 든 주머니를 형성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노화에 따른 변화로 생각해왔으나 정확한 이유는 잘 몰랐습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데이빗 젬스 교수(Professor David Gems (UCL Institute of Healthy Aging))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주머니의 용도를 알아냈습니다. 이 주머니에는 새끼를 키울 영양분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자웅동체로 난자와 정자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수정 되지 않은 난자 단계부터 난황 (yolk, 알 포함된 영양 성분으로 달걀에서는 노른자위에 해당되는 부위)과 유사한 영양 주머니 속의 물질을 공급 받으면서 자란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액체는 새끼가 부화한 후에도 영양분을 제공해 마치 젖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쁜꼬마선충은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생존에는 불리한 상황이 됩니다. 큰 영양 주머니를 만들수록 사실상 모체의 수명은 거의 다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하지만 더 많은 자손을 퍼트릴 수 있다면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짧은 수명도 받아들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간단한 유전자 조작으로도 수명을 최대 10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반대로 본래 더 오래 살 수 있는 생물이 수명을 짧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이번 연구는 그 이유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수명이 짧아져도 더 많은 후손을 남길 수 있다면 그렇게 진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튼 수많은 연구가 이뤄진 생물임에도 초파리나 예쁜꼬마선충은 아직도 많은 비밀을 간직한 동물로 계속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비밀이 밝혀질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1-10-worm-mothers-young.html
C. elegans feed yolk to their young in a form of primitive lactation, Nature Communications (2021). DOI: 10.1038/s41467-021-25821-y , 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5821-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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