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어룡은 최대 8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



(Pregnant ichthyosaur with octuplets. Credit: (c) Nobumichi Tamura)


어룡(ichthyosaur)은 중생대에 바다를 헤엄친 해양 파충류 가운데 하나로 흔히 돌고래를 닮은 모습으로 복원되곤 합니다. 물론 외형상의 유사점은 수렴 진화에 의한 것으로 둘 사이에는 특별한 연관이 없습니다. 어룡은 파충류의 일종으로 분류하지만 실제로는 현생 파충류와는 여러 가지 다른 특징을 지닌 독특한 생물체 였습니다. 

어룡이 현재 파충류와 다른 대표적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직접 출산하다는 점 입니다. 현생 해양 파충류인 바다 거북이의 경우 육지에서 매우 느리지만 알을 낳기위해 어쩔 수 없이 육지로 올라와야 합니다. 알에서 갖 태어난 새끼 거북이도 매우 느리고 무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다까지 다른 포식자들을 피해 바다까지 기어 갑니다. 
 하지만 신체가 고래처럼 완전히 수중생활에 적응된 어룡은 이것이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어룡은 아예 물속에서 새끼를 직접 낳는 능력을 진화시켰습니다. 그런데 어룡은 새끼를 직접 낳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한 번에 낳는 새끼의 숫자를 크게 줄인 것으로 보입니다. 알을 낳는 경우 너무 큰 알은 쉽게 잡아먹힐 가능성이 있고 호흡 문제로 크기에도 제약이 있지만 새끼를 모체에서 키우는 경우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새끼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크기를 키워 낳으면 생존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너무 숫자를 줄이면 충분한 후손을 남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어룡은 한 번 임신에 몇 마리 씩 출산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소개드린 것처럼 3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다 그대로 화석화된 어룡도 있습니다.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팀은 우연한 기회에 화석 수집가가 소장하던 특이한 화석을 조사했습니다. 이 화석은 어룡의 갈비뼈 안쪽에 뭔가 작은 생물의 화석이 존재했는데 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사실 어룡 태아의 화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연구팀은 이 작은 어룡들이 위산에 부식된 흔적이 없고 벨렘나이트처럼 당시 어룡이 즐겨먹던 먹이와 섞이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새끼 화석이 적어도 6마리에서 많게는 8마리라는 점 입니다. 
 어미의 골격은 일부만 발견되어 종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연구팀은 Stenopterygius 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살았던 시기는 1억8천만년 전 입니다. 어룡의 크기를 고려하면 사실 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아닐 것입니다. 스테놉테리지우스는 몸길이 4m에 달해 현재 돌고래 이상 몸집을 지닌 어룡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발견은 후손을 가장 많이 남기기 위한 최적의 새끼 숫자를 두고 어룡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발견된 스테놉테리지우스의 태아는 한 마리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번식에 더 유리했을지 궁금해지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룡은 중생대에 걸쳐 큰 번성을 누리다가 백악기 후기 공룡의 멸종 전에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그들의 생태만큼이나 멸종 역시 미스터리지만, 적어도 1억년 이상 바다에서 번영을 누렸다는 점에서 이들은 매우 성공적인 생물체였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참고 


Boyd, M. J. and Lomax, D. R. 2018. The youngest occurrence of ichthyosaur embryos in the UK: A new specimen from the Early Jurassic (Toarcian) of Yorkshire. Proceedings of the Yorkshire Geological Society, doi.org/10.1144/pygs2017-00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