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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균의 기원은 4억5000만년 전?



 우리의 장속에는 여러 가지 세균이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장구균(enterococci)은 장내 세균의 대표적인 종류로 대개는 무해하지만,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나 일부 병원성 균주에 의한 감염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Vancomycin Resistance Enterococci) 같이 병원 내 감염에서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과 MIT의 세균 유전자 연구 그룹 (Bacterial Genomics Group at the 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은 현재 존재하는 장구균의 유전자 염기 서열을 밝혀 이들의 진화 과정 및 내성기전을 밝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장구균은 노래기부터 인간까지 거의 모든 육지 동물의 장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 기원은 최초의 동물이 육지를 밟은 시기로 생각되는 4억 50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고 하네요.
 최초의 장구균이 어떻게 다세포 생물의 장속에서 살게되었는지는 물론 알 수 없지만, 이 세균은 공룡부터 매머드까지 대부분의 멸종 동물의 장속에서도 살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장속에서 살고 있는 녀석 역시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 이전부터 살아왔던 장구균의 후손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어류 등 수중에서 사는 생물 역시 장 속에 세균을 가지고 있으며 배설을 통해 물 속으로 5000여 종의 세균을 방출합니다. 이 세균은 배설물과 함께 침전되어 바다 밑에 생태계를 이루며 다시 바다 밑에서 사는 여러 무척추동물에 의해 순환됩니다. 물론 이 무척추동물과 물을 먹으면서 세균이 다시 장 속으로 들어갑니다.
 육지 생물 역시 배설물을 통해 토양에서 세균을 교환하며 다시 이 토양을 먹어서 장속으로 세균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 관계로 인해 바다와는 다른 미생물권을 형성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것이 장구균이 4.5억 년 전 독립적으로 진화해서 우리 몸에서 살아가게 된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구균이 건조하고 거친 환경에서 오래 살 수 있게 진화된 것이 오늘날 이 세균들이 소독이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구균이 원내 감염의 원인 된 이유를 진화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죠.
 우리가 이 세균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수록 이 세균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대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다양한 장구균이 게놈을 해독한 것은 결국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 ​



Cell (2017). DOI: 10.1016/j.cell.2017.04.027 , http://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7)30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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