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튜링 테스트 통과 : 진짜 생각하는 기계의 시대가 온 것일까 ?




 영국 레딩대학 (University of Reading) 은 보도 자료를 내고 이 대학에서 개최된 튜링 테스트 2014 (Turing Test 2014) 에서 슈퍼컴퓨터 유진 구스트만 (Eugene Goostman) 이 최초로 이 테스트를 통과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 내용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검증과 비판적인 시선들을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튜링 테스트는 20 세기의 비극적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Alan Turing  1912 - 1954.  튜링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네이버 캐스트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5&contents_id=7766 ) 이 고안한 테스트로써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테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는 다양한 논의의 대상이었는데 앨런 튜링은 당시 파티 게임 가운데 하나인 '흉내내기 게임 (imitation game)' 에서 영감을 받아 튜링 테스트를 제안했습니다.  



(앨런 튜링의 사진 (1951 년)  Alan Mathison Turing at the time of his election to a Fellowship of the Royal Society. Photograph was taken at the Elliott & Fry studio on 29 March 1951.  


 흉내내기 게임의 기본 방식은 밀실에 있는 두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별하는 것으로 서로 글을 써서 쪽지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다양한 질문과 대화로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간파하게 됩니다. 튜링은 만약 컴퓨터와 이런 테스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즉 일종의 채팅을 하는데 상대는 컴퓨터일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지만 모두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때 채팅을 하는 상대방이 사람인지 기계인지 구별을 할 수 없다면 이 컴퓨터는 사실상 지성을 지닌 컴퓨터라고 봐야 한다는 발상이었습니다.  







(흉내내기 게임 (위) 와 튜링 테스트 (아래), 흉내내기 게임은 모두가 여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가운데 진짜 여자를 구별하는 방식이고 튜링 테스트는 모두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컴퓨터와 사람 가운데 진짜 사람을 구별하는 방식. http://en.wikipedia.org/wiki/Turing_test#mediaviewer/File:The_Imitation_Game.png  )  


 기계가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애매하지만 튜링의 제안은 '튜링 테스트' 라고 불리며 사고 능력을 지닌 컴퓨터 개발에 큰 영감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튜링은 이런 내용을 1950 년에 'Computing Machinary and Inteligence' 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는데 이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상자의 1/3 이상, 즉 33% 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리고 1950 년 이후 확실하게 이 테스트를 통과한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물론 여러차례 자신들이 통과했다고 주장하는 그룹들은 있었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이죠.  


 이번에 레딩대 시스템공학부와 유럽연합(EU)의 재정지원을 받는 '로보로'가 개최한 '튜링 테스트 2014' 에서 첫번째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주장한 유진은 2001 년 블라디미르 벨셀로프 (Vladimir Veselov) 등에 의해서 개발되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13 살이란 나이는 그냥 나온 건 아닌 듯) 유진은 여러차례 튜링 테스트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는데 사실 다른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점차로 개량된 유진은 2014 년 튜링 테스트에서 30 명의 참가자 중 1/3 이상이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약간의 꼼수가 들어가긴 했는데 참가자는 키보드를 통해서 5 분 정도만 채팅이 가능했으며 (충분히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부족한 시간) 유진이 스스로를 13 세라고 소개했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유진의 업적이 대단한 건 사실입니다. 이번 테스트는 대화의 주제가 사전에 전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테스트가 진행되었으며 5 분이라고 해도 참가자는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13 살 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간단하게 꼼수라고만 할 순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분명한 진보라고 할 수 있고 언젠가는 의심의 여지 없이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공 지능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는 말이죠.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