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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불청객 로타/노로 바이러스 장염



 질병 관리 본부 자료에 의하면 2014 년 급성 설사 질환 바이러스 검출률이 2014 년 2 번째 주에 54% 에 달했다고 합니다. 질병 관리 본부는 설사와 함께 복통 및 구토 등의 증상으로 지역 의료기관에 내원 및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염 바이러스 5종 (A형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장아데노바이러스, 아스트로바이러스, 사포바이러스) 에 대해서 표본 감시를 진행 중에 있는데 겨울철이 되면 이런 장염 바이러스들이 창궐해서 구토/설사로 내원한 환자 가운데 바이러스 양성 환자가 급증합니다. 올해도 연초에는 증상있는 환자중 거의 절반이 바이러스 양성이었습니다.  



(2014 년 첫 6 주간 바이러스 장염 검사 결과. 5 세 이하 연령대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괄호안은 %. 질병 관리 본부 자료를 인용해서 직접 작성.)


 전체적으로 봤을 때 6 주째 (2월 2일에서 8일 사이) 에는 감염률이 감소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겨울 철이라도 기복이 있으므로 아직 유행철이 지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올해 초 장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노로바이러스 (Norovirus) 이며 그 다음으로 흔한 것은 로타바이러스 (Rotavirus) 인데 특히 로타바이러스의 대부분 (90%) 은 Group A 에 속합니다.


 노로 바이러스는 겨울철 바이러스 장염의 단골 메뉴로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억명이 감염되 그중 20 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망자의 대부분은 의료 시설과 영양상태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개도국의 어린이들 입니다. 국내에서도 노로 바이러스 장염은 매우 흔한데 대부분은 구역, 구토, 설사를 잠시 경험한 후 회복되나 일부에서는 입원을 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로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http://en.wikipedia.org/wiki/File:Norovirus_4.jpg  )  


 노로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에 섞여서 외부로 배출되는데 궁극적으로는 이 바이러스를 경구로 섭취하므로써 감염됩니다. (oral to fecal route) 물론 경우에 따라서 토사물을 통해서 외부로 바이러스가 유출될 수도 있죠. 


 노로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 매우 강하며 30 분간 60 도로 가열해도 살아남을 수 있으며 수돗물의 염소 소독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건 위생 상태가 좋은 선진국에서도 쉽게 노로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음식물을 잘 조리해서 먹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에 주의하면 감염 빈도를 현저히 낮출 수 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리지 않고 감염되지만 영유아나 노약자, 면역 저하 상태에 있는 경우 특히 더 심각한 장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병원이나 요양소, 어린이집 등에서는 개인 위생에 더 주의를 요한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겨울철에 말이죠.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2007 - 2011 년 사이 노로 바이러스 감염 케이스. 주로 겨울철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음  http://en.wikipedia.org/wiki/File:Reports_by_Month_of_Norovirus.png ) 


 노로 바이러스에 대한 항 바이러스제는 없지만 대부분 감염 되었을 때는 저절로 호전되므로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심한 탈수로 인해 상태가 심각할 때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대개 환자의 다른 심각한 기저 질환이 없고 적절한 수액 요법 같은 치료를 잘 받는다면 위험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바이러스 장염이므로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증상이 있는 경우에 몇일 고생할 수 있죠. 




 노로 바이러스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지만 사실 다른 과에 속하는 로타 바이러스 (Rotavirus) 는 영유아에서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200 만명 이상의 영유아가 이로 인해서 심한 설사를 동반한 장염을 앓고 있으며 대략 45 만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감염되면 심한 발열과 설사, 구토를 일으키기 때문에 설사-발열-구토 증후군 Diarrhea-Fever-Vomiting Syndrome 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톱니처럼 생긴 로타 바이러스의 전자 현미경 사진. 약 70 nm 정도 되는 크기   http://en.wikipedia.org/wiki/File:Multiple_rotavirus_particles.jpg )


 로타 (Rota) 는 라틴어로 바퀴라는 뜻으로 전자 현미경으로 봤을 때 톱니 같은 외형을 가진 double-stranded RNA 바이러스입니다. 역시 대변 - 경구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로 겨울철에 영유아에서 특히 심한 설사의 주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 역시 외부 환경에 강하며 미국처럼 위생 조건이 매우 양호한 국가에서 조차 거의 매년 6 만명이 입원하고 평균 37 명 정도가 사망하는 등 꽤 문제가 되고 있는 바이러스라고 하겠습니다.


 로타 바이러스에 대한 추가 정보 : http://www.koreahealthlog.com/5150


 역시 로타 바이러스에 대한 특이적인 항 바이러스제는 없지만 대신 백신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로타 바이러스 백신인 GSK의 로타릭스(Rotarix®)와 MSD의 로타텍(RotaTeq®) 이 있습니다. 이 두 백신은 접종 시기와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만 6 주에서 8 개월 미만의 아기가 접종 대상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되 구체적인 접종에 대해서는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로타 바이러스는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아직 한국에서는 선택입니다. 다만 선택이라고 해도 보통은 접종 하는 편이 더 좋습니다. 건강한 성인에서는 바이러스 장염은 그다지 위험한 질환이 아니지만 내가 타인에게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어린아이나 노약자가 있는 집에서는 손씻기 같은 개인 위생에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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