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시티 (SimCity) 접속 불가 사태는 우리에게 이제는 진부해진 한가지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줬습니다. 그것은 DRM (Digital rights management ) 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DRM 은 회사도 유저도 제품도 보호하지 못하면서 사실 모두에게 피해만 입힌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에서 다시 증명했습니다. 제품을 상시 온라인 DRM 상태로 만든 EA 의 결정은 최근에 EA 가 한 가장 최악의 결정으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10 년만에 새롭게 등장한 심시티는 발매 전부터 기대작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베타 때 이를 플레이한 리뷰어들도 올해 최고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정식 출시기 되기 전까지 말이죠.
게임 자체는 몇가지 단점을 제외하곤 (대표적으로 맵이 너무 작다는 것) 흠잡을 때 없는 명작의 귀환이었습니다. (비록 불안정한 서버 상태로 필자도 몇 시간 밖에 플레이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생각됨) 그러나 아예 접속이 안되거나 되더라도 불안정한 서버 상태로 말미암아 저장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문제가 속출하면서 게이머들의 불만이 전세계적으로 폭발했습니다.
EA 나 다른 회사들이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지금 이 사태로 고통을 받고 분노하는 것은 정품으로 심시티를 구매해준 고객들 뿐이라는 것입니다. 애시당초 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거나 혹은 나중에라도 나올 지 모르는 크랙판을 구하려던 불법 다운로더는 지금 아무런 피해나 고통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가장 충성스런 고객들을 적대적인 안티로 만든 상시 온라인 DRM (Always Online DRM) 의 문제점이 작년에 디아블로 3 를 통해 이미 드러났음에도 아직도 이를 꿈구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미 DRM 의 문제점은 이를 우선적으로 도입했던 음반업계에서 드러난 바 있습니다. DRM 이 걸린 mp3 나 기타 음원 파일들은 정품으로 이를 구매한 유저들이 이를 사용하는데 많은 불편을 초래하는 반면 애시당초 불법으로 음원을 다운로드 했던 유저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았습니다. 저의 경우 유료로 구입한 음원이 적어도 1000 개 이상이 될 텐데 여기에는 한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DRM 이 걸린 음원은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DRM 을 강제하는 소프트웨어는 (예를 들어 파XX컴- 이 회사 프로그램은 웬만한 멀웨어보다 더 악의적임) 절대로 PC 에 설치하지 않는다는 게 제 원칙입니다. DRM 은 무조건 보이콧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DRM 반대 시위. A man protests Digital Rights Management in Boston, USA as part of the DefectiveByDesign.org campaign of the Free Software Foundation. Karen Rustad from Claremont, CA, USA )
고(故) 스티브 잡스가 아이튠즈를 만들면서 DRM 을 반대한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DRM 의 확산을 막고 음원 유통 시장에서 DRM 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DRM 은 정당하게 제품을 산 유저들만 골탕먹일 뿐이고 애시당초 불법 다운로더들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심시티 사태가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EA 는 오랜 시간 공들인 대작인 심시티 판매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유저들의 환불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앞으로 EA 게임은 구매하지 않겠다는 정품 유저들의 분노로 EA 가 향후 입을 손실은 사실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10 년만에 심시티를 다시 들고 나온 맥시스는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있게 최고의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을 부활 시켰지만 이후 차기작을 만들 수 있을 지 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DRM 중에서도 상시 온라인 DRM 은 가장 최악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초반에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문제에 대처하는 EA 의 자세는 유저들의 분노만 부채질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속도 하향 패치라든지 EA 코리아의 직원 답변 문제등으로 인해 이미 오리진과 여러 명작 프랜차이즈를 말아먹어서 나빠진 EA 의 이미지는 이쯤 되면 치명상을 입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EA 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배워야할 교훈이 있다면 어떤 불법 복제 방지 방법이라도 정품 유저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자신들이 소중한 고객을 먼저 고려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편을 초래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비단 게임 회사 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라고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고 고객들이 문제를 겪을 수 있는 방법으로 회사의 권리를 보호하려 한다면 기업의 존립 기반 부터가 위험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당하게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권리는 어떤 경우에도 보장되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DRM 은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DRM 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DRM 을 강제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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