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6600 만년전 소행성 출돌 뒤 전지구적 화재가 있었다 ?




(6600 만년전 지구에 있었던 거대 소행성 충돌의 컨셉 아트   Made by Fredrik. Cloud texture from public domain NASA image )


 지난 1980 년 대 등장했던 소행성 (혹은 혜성) 충돌에 의한 대멸종 사건 이론은 최초 이론이 제기된 이후로 축적된 증거에 의해 이제는 어느 정도 학계의 주도적인 가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본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던 루이스 알바레즈 (Luis Alvarez) 와 그 아들인 월터 알바레즈 (Walter Alvarez) 등이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주장된 이 급진적인 가설은 그 강력한 증거인 K-Pg 경계 ( Cretaceous–Paleogene (K–Pg) boundary, 백악기와 고제3기의 경계, 과거 K-T boundary 라고 불림 ) 의 높은 이리듐 분포와 추후에 발견된 칙술루브 크레이터 (Chicxulub Crater ) 의 존재, 그리고 기타 증거들에 의해 지지되고 있습니다. 


 칙술루브 크레이터는 지름 110 마일 (180 km) 급의 대형 크레이터로 지구에서 현재 크기를 확인할 수 있는 크레이터 가운데는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금의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및 주변 바다에 존재하는 이 크레이터는 K-Pg 경계 전후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지름 10 km 급의 천체의 지구 충돌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0 년 33 개의 연구 기관의 다양한 전문가들은 6600 만년 전에 있었던 거대 천체의 충돌이 칙술루브 크레이터를 만들었으며 이것이 대멸종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결론 내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거대 천체 충돌에 의한 공룡 등 여러 지구 생명체의 멸종은 지금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가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디테일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행성 충돌이 전지구적 멸종을 불러왔는지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콜로라도 불더 대학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study ) 의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다국적 연구팀은 당시 만들어진 침전물에서 과도한 양의 목탄 (Charcoal) 의 흔적이 발견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콜로라도 대학 및 NOAA 의 과학자인 더글라스 로버트슨 ( Douglas S. Robertson) 은 이것이 같이 있었던 전 지구적 화재 (global firestorm) 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의하면 칙술루브 크레이터에 충돌한 거대 천체로 인해 막대한 양의 파편이 다시 대기권과 대기권밖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일부는 중력에 의해 지구 전체에 비처럼 쏟아지게 되는데 그 온도는 화씨 2700 도 (섭씨 1482 도) 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고온의 파편들은 지구 전체에 높은 에너지의 적외선 방사 (infrared radiation) 및 열에너지를 전달해 마치 지구 전체에 4 마일 간격으로 1 메가톤급 수소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 같은 충격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로 인해 대부분의 지구 식물들은 재나 숯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생각했습니다.


 이런 비슷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전체 생물종의 75% 이상이 멸종된 사건인 만큼 지구 전체에 매우 파괴적인 현상이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가끔 보다 보면 그러면 나머지 20 - 25% 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신기한 생각이 들 만큼 초대형 재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칙술루브 크레이터가 6600 만년 전 있었던 대멸종의 원인은 설명해 주었지만 어떤 생물은 살아남고 어떤 생물은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답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Douglas S. Robertson, William M. Lewis, Peter M. Sheehan, Owen B. Toon. K-Pg extinction: Reevaluation of the heat-fire hypothesi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Biogeosciences, 2013; DOI: 10.1002/jgrg.20018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