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호모 플로시엔시스 (호빗)의 멸종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



 (The research team on site in Flores, Indonesia. Credit: Garry K Smith)

호빗으로 알려진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Homo floresiensis, "hobbits.")은 호미닌 가운데 가장 작은 종으로 섬에 고립된 동물 진화에서 흔히 보는 현상인 섬 왜소화의 호미닌 버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제한된 섬의 환경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육지에서는 큰 동물이 작게 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같은 이유로 대형 포식자가 사라지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몸집을 크게 유지할 필요가 없어 매머드도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호빗 역시 같은 이유로 작아졌는데, 흥미롭게도 플로레스 섬앤 스테고돈 플로렌시스 인술라리스 (Stegodon florensis insularis)가 미니 코끼리가 진화했으며 호빗은 이들을 사냥했습니다.

호주 울런공 대학 (University of Wollongong (UOW)) 연구팀이 포함된 국제 과학자 팀은 호빗이 결국 멸종한 이유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호빗이 14만 년 전부터 살았던 동굴인 플로레스 섬의 리앙 브아(Liang Bua) 동굴에서 석순과 미니 코끼리 화석 (이빨)에 남은 산소 동위 원소 등을 분석해 과거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재구성했습니다.

연구 결과 플로레스 섬은 76,000만 년 전부터 61,000-55,000년 전까지 상당한 가뭄을 겪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동굴에서 호빗이 사라진 시기와 함께 먹이가 되는 미니 코끼리 개체 수가 감소한 시기도 이와 일치하기 때문에 우연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입니다.

이 시기 여름철 가뭄이 지속됐고 숫자가 줄어든 호빗은 식량을 찾아 이동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멸종 전에 이곳을 지나 호주 대륙으로 이동하던 현생 인류의 조상과 마주쳤을지도 모릅니다. 호빗과 현생 인류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뇌가 침팬지 수준에 불과한 (380cc) 호빗은 현생 인류처럼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배를 만들지는 못했고 섬에서 고립되어 멸종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연구는 호빗의 멸종이 가뭄 같은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더 영리하고 먼 거리를 이동 가능한 인류는 호빗보다 기후 변화에 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지구에 고립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구 단위로 발생하는 기후 변화에 대해서 취약한 것은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진행 되는 대규모 기후 변화와 연관해 생각해 보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12-severe-drought-linked-decline-hobbits.html

Michael K. Gagan et al, Onset of summer aridification and the decline of Homo floresiensis at Liang Bua 61,000 years ago,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5). DOI: 10.1038/s43247-025-02961-3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벨 V-280 Valor 시험 비행 성공

( The V-280 Valor flew for the first time at Bell Helicopter's Amarillo Assembly Center in Texas(Credit: Bell Helicopter/YouTube) )  앞서 소개드린 V-280 발러가 첫 번째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소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280 발러는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사업인 Future Vertical Lift (FVL)에 입찰을 시도하는 틸트로터기로 현재 미 육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블랙호크 헬기와 비슷한 체급입니다. 다만 틸트로터기인 만큼 최고 속도나 항속 거리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스펙은 이전 포스트를 참조해 주시기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1115245986  (동영상)   V-280 발러는 틸트로터기의 더 대중화 될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입니다. V-22 오스프리의 경우 복잡한 구조로 인해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사실 미국은 몰라도 그 동맹국에 널리 도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V-280 역시 가격이 아주 저렴할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한국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국에서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bell-v-280-valor-maiden-flight/52663/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