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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과 함께 나무에 살던 새도 멸종했다?



(The asteroid impact that eliminated non-avian dinosaurs destroyed global forests. Here, a hyopothetical surviving bird lineage -- small-bodied and specialized for a ground-dwelling lifestyle--flees a burning forest in the aftermath of the asteroid strike. Credit: Philipp M. Krzeminski)


 6600만년 전 소행성 충돌은 비조류 공룡의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류가 모두 생존했던 것은 아닙니다. 포유류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조류의 조상도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중생대 원시 조류 중 상당수는 이 시기에 멸종했는데,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에 살던 초기 조류는 모두 멸종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스 대학의 다니엘 필드(Daniel Field)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당시 화석 기록을 분석해 소행성 충돌 직후 한동안 나무가 없던 시기가 있었으며 (Global Forest Collapse) 이로 인해 나무에 살던 원시 조류는 자취를 감췄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생대 조류와 비행 공룡들은 아마도 나무에서 살았던 생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하게 적응 방산해 비행 능력은 있지만 지상에서 살아가는 것과 나무 중간 및 상층의 캐노피에서 살아가는 새로 다양하게 진화했습니다. 


 연구팀은 당시 지층에서 포자와 화분의 비율을 조사 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대로 K-T 경계 직후에는 양치식물의 포자 밖에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는 속씨 및 겉씨 식물의 나무들은 대부분 고사해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연히 본래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살던 새들은 더 이상 서식지를 찾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그것 이외에도 극심한 환경 변화로 수많은 조류가 사라졌겠지만, 상대적으로 지상에 살았던 조류가 멸종을 면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현재 나무에 서식하는 조류는 중생대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던 원시 조류의 후손이 아니라 지상에 살던 생존자들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이들 역시 현재와 비슷한 산림이 다시 등장하기 전까지는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물론 더 검증이 필요한 가설이지만, 조류 역시 소수만이 6600만년 전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세상이 그 난리가 났는데, 조류만 무사할 순 없는 일이겠죠. 지금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아무리 평범해도 엄청난 위기를 겪으며 살아남은 기적 같은 생존자의 후손들인 셈입니다. 


 참고 


Daniel J. Field et al, Early Evolution of Modern Birds Structured by Global Forest Collapse at the End-Cretaceous Mass Extinction, Current Biology (2018). DOI: 10.1016/j.cub.2018.04.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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