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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 이후로 후퇴 중인 남극 파인 아일랜드 빙하



(Pine Island Glacier is nearly two thirds the size of the Uk or the size of Texas Credit: James Smith @ British Antarctic Survey)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북극해의 해빙의 면적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관찰했고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남극 빙하는 대부분 육지 위에 있고 크기가 훨씬 거대해서 녹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지구 기온 상승과 더불어 남극 빙하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서 몇 차례 전해드린 것처럼 남극 내부의 빙하는 질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해안선 가까운 빙하는 질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거대 빙산이 생성되거나 빙상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남극 서부에서 가장 큰 빙하 가운데 하나인 파인 아일랜드 빙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파인 아일랜드 빙하는 영국 면적의 2/3 정도 되는 대형 빙하로 최근 거대한 빙산이 생성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후퇴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남극 조사대 (British Antarctic Survey)는 위성 사진으로 확인된 파인 아일랜드 빙하의 후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빙핵은 물론 침전물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이를 위해 빙하는 최대 450m, 침전물은 500m 까지 드릴로 뚫어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Marine geologist Dr James Smith from British Antarctic Survey collects a sediment core from Pine Island Glacier, Antarctica Credit: Mike Brian @ British Antarctic Survey)


 남극에서 어렵게 구한 샘플은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빙하가 오늘날과 같은 후퇴(retreat)를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라고 합니다. 물론 이 속도는 현재로 올수록 더 빨라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이른시기부터 남극 빙하가 생각보다 안정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녹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지 온도가 상승하면 얼음은 녹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극과 북극의 이상기후와 빙하 소실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과학자들의 거듭된 경고 끝에 국제 사회는 파리 기후 협약을 통해서 큰 틀에서 협력하기로 했지만, 일부 정치인들이 이에 역행하고 있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우리 세대는 미래에 비난받는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J. A. Smith et al, Sub-ice-shelf sediments record history of twentieth-century retreat of Pine Island Glacier, Nature (2016). DOI: 10.1038/nature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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