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5,310-year-old corn cob. Credit: Bruce Smith )
옥수수는 밀, 쌀, 콩, 감자와 더불어 식량으로써 매우 중요한 작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옥수수를 직접 먹기도 하지만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옥수수를 직접 먹지 않아도 옥수수 사료를 먹고 키운 가축 고기를 먹게 되니까요.
그런데 다른 작물들과 마찬가지로 옥수수의 기원 역시 쉽게 알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재 우리가 작물화한 식물들은 야생종과 너무 큰 차이가 있어서 사실상 다른 종이나 마찬가지인 경우도 많고 더 나아가서는 도저히 같은 종류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외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간이 작물화에 유리한 특징을 가진 돌연변이를 선택해서 수천 세대를 개량하면서 벌어진 일로 사실 작물화된 식물과 유전자 조작 생물 (GMO)의 차이는 야생종과의 유전자 차이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이라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옥수수의 경우 1930년대에 야생 풀의 일종인 테오신트(teosinte)와의 연관성이 주장된 이후 여기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다만 현대 옥수수의 유전자와 테오신트의 유전자가 상당 부분 닮아있기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워낙 유전자가 많이 바뀌어 있어 정확한 기원을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덴마크 자연사 박물관의 나탄 발레스(Nathan Wal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of Denmark)와 그의 동료들은 Tehuacan162이라는 멕시코 중부의 유적에서 5310년 정도 된 것으로 보이는 옥수수를 발견했습니다. (사진)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테오신트와 현대 옥수수의 변화 과정을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는 단서를 얻었습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고대 멕시코인들이 야생 풀인 테오신트를 채집해서 식량으로 삼은 건 대략 9000년 전쯤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테오신트의 씨앗을 먹다가 일부 남는 씨앗을 뿌려 테오신트를 수확했을 것입니다. 5300년 쯤에는 이 테오신트의 후손이나 혹은 근연종의 후손이 현재의 옥수수로 진화되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당시 원시 옥수수는 2cm에 불과한 작은 크기로 씨앗이 달리는 열 역시 절반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또 옥수수 씨앗을 보호하는 겉줄기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성과는 옥수수 작물화의 중간 형태를 확인한 것보다 DNA의 70%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DNA를 서로 비교해서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옥수수가 작물화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석기와 청동기 수준의 기술을 가진 고대인들도 우연히 발생한 돌연변이와 본래 존재하는 DNA의 변이를 활용해서 완전히 새로운 종을 창조하는 수준의 유전자 변형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이들은 유전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작물화나 가축화의 필요성이 이런 놀라운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죠. 앞으로 그 과정이 더 상세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Current Biology, Ramos-Madrigal et al.; "Genome Sequence of a 5,310-Year-Old Maize Cob Provides Insights into the Early Stages of Maize Domestication" 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6)31120-4 , DOI: 10.1016/j.cub.2016.09.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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