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세계에서 가장 큰 로봇 트럭이 사람을 밀어낸다?



 캐나다는 석유 자원은 많지 않지만 대신 오일 샌드(oil sand)라는 거대한 대체 자원이 있습니다. 모래 사이에 저장된 석유를 추출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지만, 2000년대 이후 유가가 오르면서 이 사업은 큰 활황세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오일 샌드를 이용한 석유 생산 사업에도 어려움이 닥치고 있습니다. 

 캐나다 최대의 석유회사로 오일 샌드에서 석유를 채취하는 선코어 에너지(Suncor Energy Inc)사는 최근 이와 같은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대규모 인력 감원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로 놀라울게 없는 이야기인데, 놀라운 부분은 그 다음입니다. 

 이 회사는 오일 샌드를 채굴해서 석유를 추출하는 공장까지 수송하는데 400톤에 달하는 거대한 트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몬스터 트럭은 세계의 여러 광산에서 사용되는데, 글자 그대로 트럭이 아니라 빌딩이 움직이는 것 같은 초대형 트럭입니다. 

 선코어는 이를 제조하는 일본의 코마츠(Komatsu Ltd)로부터 175대의 거대 몬스터 트럭을 도입하는 5년 계약에 합의했습니다. 놀라운 부분은 새로 도입하는 트럭이 자율주행이 가능한(autonomous-ready)이라는 것입니다. 이 트럭들은 정해진 도로만 왕복하는 형태이고 다른 거대 트럭과 중장비, 공장만 부딪치지 않고 주행하면 되기 때문에 자동화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코마츠의 거대 트럭. Image: Komatsu)

 그런데 사실 이와 같은 결정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미 선코어는 2013년부터 자율 주행 시스템을 테스트 해오고 있었습니다. 이번 결정은 비용 절감을 위해 순차적으로 자율 주행 트럭을 도입하는 것으로 아직 모든 차량을 자율주행으로 바꿀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회사의 어려운 사정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 조정에 합의한 이 회사의 노조는 이 과정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코어 노조 위원장인 켄 스미스(Ken Smith)는 이는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 매우 신경쓰이는 일(“It’s very concerning to us as to what the future may hold,”)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거대 중장비는 외딴 오지에서 운용하는데다 일이 거칠고 위험해서 1인 당 인건비가 매우 크게 듭니다. 회사측에서 부담하는 비용은 무려 일인당 2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무인 트럭은 이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인 트럭은 화장실도 갈 필요가 없고 중간에 식사 때문에 쉴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밤이나 낮이나 휴가철이나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만큼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본다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단, 사람처럼 정확히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현재까지 사람을 대신한 무인 택시나 무인 버스는 보기 어렵습니다. 아직 도로에서 사람을 대신할 만큼 자율 주행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정해진 도로만 달리는 무인 트럭이라면 자율 주행 시스템도 인간을 대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이 회사는 무인 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했고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것이겠죠. 

 이와 같은 상황은 비용 절감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노조에서 진짜 걱정하는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즉, 이 회사에서 나와서 다른 트럭 운전수를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제는 자율 주행장치가 트럭 운전수라는 직업 자체를 없앨 수도 있는 상황이니까요. 

 다만 실제로 로봇으로 대체했을 때 더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로봇 트럭이 인간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기다려봐야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자꾸 예기치 않은 문제를 일으켜 결국 사람을 계속 고용할 수도 있는 일이죠.  

 그러나 지금이 아니라도 점차 자율 주행 시스템과 자동화 시스템은 더 정교해질 것이고 이 부분에서 사람의 일자리는 결국 줄어들게 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선코어가 지금 성공한다면 경쟁사도 이를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의 기술 발전을 고려하면 이런 일은 결국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약간 빠른 것 같아서 놀랍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동화로 쉽게 대체되기 어려운 창의적인 직업을 찾아야 하지만, 그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다는 게 문제 같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