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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 화석 ? - Kooteninchela deppi




 새로운 종이 발견되거나 혹은 화석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을 명명할 때는 몇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속명을 앞에쓰고 종명을 뒤에 쓴다는 것 등이죠. 하지만 이름 자체는 발견자가 명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새로운 종의 특징을 따서 이름을 붙이거나 발견자나 장소의 이름을 붙이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것이 무슨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영화 캐릭터나 배우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스타워즈의 캐릭터 요다의 이름을 딴 Yoda purpurata 에 대해서는 이미 한번 전해드린바 ( http://blog.naver.com/jjy0501/100168908327  참조) 있지만 최근에 발견된 화석에는 영화 배우의 이름을 딴 종명이 붙었습니다. 그것은 조니 뎁 (Johnny Depp) 의 이름을 딴  Kooteninchela deppi (Koo-ten-ee-che-la depp-eye 로 발음 ) 이라는 동물로 현재의 바닷가재 및 전갈류의 조상에 해당하는 고생대의 생물입니다. 


 K. deppi 를 최초 발견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Imperial College London) 의 David Legg 는 이 화석을 처음 봤을 때 영화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물론 표본에 있는 두게의 집게발 때문인데 사실 이 계통에 속하는 동물들 가운데 집게발을 가진 녀석은 흔하기 때문에 특이할 것은 없지만 아무튼 발견한 사람이 명명하는 전통에 따라 가위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조니 뎁의 이름을 따서 종명을 deppi 로 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재구성된 K. deppi 의 복원도 Kootenichela reconstruction. (Credit: Image courtesy of Imperial College London) )    



(참고로 보는 영화 가위손의 포스터. 벌써 20 년도 전 작품이네요 )


 사실은 속명인 Kooteninchela 중 chela 가 라틴으로 발톱이나 가위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지 종명으로 또 가위손이라고 하지 않고 조니 뎁의 이름을 따서 뎁아이 라고 명명한 듯 합니다. K. deppi 는 복원도로 보면 꽤 클 것 같지만 사실은 작은 고생대의 바다 절지 동물로 몸길이는 약 4 cm 정도에 불과합니다. 대략 5억 500 만년전 살았던 이 생물은 현대의 곤충과 비슷한 겹눈을 가지고 있으며 두개의 집게발로 머리를 해주지는 않고 먹이를 찾거나 혹은 사냥하는데 사용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연구자들은 이 고대 생물이 바다 밑바닥에서 시체 청소부 역할을 하거나 혹은 자신보다 더 작은 생물들을 사냥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냥 바도 지네 몸통에 가재 머리가 합쳐진 것 처럼 생겨서 이런 바다 밑의 진흙이나 모래에서 사는 데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K. deppi 가 언론을 탄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이지만 사실 과학적인 가치 역시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고생대 절지 동물은 캄브리아기 때 지구상에 출현했습니다. 캄브리아기는 고생대의 첫번째 시대로 이 시기에 현재 존재하는 여러 생물문의 원형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최초의 곤충이나 거미류가 출현하지 않았던 이 시기에 이미 이런 거대 부속지를 가진 갑각류의 조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K. deppi 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게 같은 큰 부속지는 현재에는 그다지 드문것이 아니지만 캄브리아 기에는 새롭게 등장한 디자인이었을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고대 생물이 큰 부속지를 가진 여러 절지 동물의 진화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동물의 실제 화석을 보려면 아래 링크를 참조 (그런데 사실 조니 뎁과 닮아 보이는 화석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1. David Legg. Multi-Segmented Arthropods from the Middle Cambrian of British Columbia (Canada). Journal of Paleontology, 2013; 87 (3): 493 DOI: 10.1666/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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