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위성에 위성이 충돌할 뻔한 날



 오늘날 수많은 인공 위성이 지구 주변을 적어도 초속 7.9 km 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걱정되는 일이 바로 위성끼리 서로 충돌하는 사태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위성의 궤도를 서로 조정하고 통제하고 있어 좀처럼 이런 사고는 잘 발생하진 않지만 2009 년에 있었던 이리듐 33 위성 (Iridium) 과 구소련의 코스모스 2251 (Kosmos - 2251) 위성 충돌 사고는 이런 종류의 사고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이 협력해서 만든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Fermi Gamma ray Space Telescope) 은 현재 대략 지구 표면에서 550 km 정도 상공 궤도에서 감마선 영역 천문학 관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페르미 망원경은 2008 년 발사 이후 적지 않은 과학적 성과를 거두었으며 처음 목표한 5 년간 관측계획을 거의 달성하고 10 년 운용 목표를 세우고 있었으나 사실 그전에 임무가 종료될 뻔한 사고를 용케 피했습니다.  


 2013 년 4월 30일 나사의 발표에 의하면 2012 년 4월 4 일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과 수명이 다한 구소련의 정찰 위성인 코스모스 1805 (Cosmos 1805) 이 불과 700 피트 (약 210 미터) 정도 떨어져 스쳐 지나갈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 정도 거리면 꽤 간격이 있는 것 같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30 밀리초 (milisecond) 간격으로 두 개의 위성이 우주상의 같은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즉 1/30 초 도 안된 시점에 한 위성이 지난 곳에 다른 위성이 지나간 것이죠.



(페르미 우주 망원경과 코스모스 1805 의 공전 궤도  On March 29, 2012, the science team for NASA's Fermi Gamma-ray Space Telescope learned that a defunct Cold-War spy satellite would pass too close for comfort on April 4. The two spacecraft were expected to occupy the same point in space within 30 milliseconds of each other, which meant that Fermi had to get out of the way. (Credit: NASA's Goddard Space Flight Center) )  


 이를 2009 년 위성 충돌 사고와 비교해보면 당시 이리듐 33 은 코스모스 2251 와 1900 피트 (약 580 미터) 정도 떨어져서 스쳐 지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이런 계산에는 약간씩 오차가 있을 수 있게 마련이었고 결국 운나쁜 이리듐 33 은 이미 수명을 다한 오래된 정찰 위성과 충돌해 산산 조각나고 말았습니다. 사실 대형 위성끼리 충돌해 파괴된 거의 유일한 사례긴 하지만 이 사건은 위성끼리 충돌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사례였습니다.  


 아무튼 페르미와 코스모스 1805 이 당시 이리듐 33 과 코스모스 2251 보다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사에서 알게된 건 불과 일주일도 남지 않은 2012 년 3월 29 일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페르미 팀 과학자인 Julie McEnery 은 자신의 이메일을 확인했다가 자동으로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Conjunction Assessment Risk Analysis (CARA) 의 기록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는데 물론 위에 설명한 내용이 그 메일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서둘러 궤도를 수정한 덕분에 초고가의 우주 망원경이 무사히 충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영상 참조)  




코스모스 1805 역시 냉전 시절 발사되어 이제는 수명이 다된 구소련의 정찰 위성으로 지금은 그 임무를 다하고 그냥 우주 쓰레기로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희박한 지구 대기와 마찰에 의해 다시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주변 궤도를 도는 인공 위성들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무게는 약 1.5 톤 정도로 이 위성과 충돌하면 사실 파괴되지 않을 인공 위성은 없습니다.  


 오늘날 수명이 다한 저지구궤도 위성들을 장차 우주 개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지구 대기로 다시 재진입시켜 폐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고장난 위성이나 혹은 그렇게 폐기하지 않은 위성, 기타 로켓의 잔해들이 상당수 지구 주변을 돌고 있습니다. 이런 우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이 현재까지 확실하게 존재하지는 않지만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정말 점점 이런 우주 쓰레기가 많아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역시 더 뒤로 미루긴 어려운 상황이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내용도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참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