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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를 키워 먹는 농사꾼 딱정벌레



 (The bark beetle species Xyleborinus saxesenii has agricultural skills. Credit: Gernot Kunz)

암브로네시아 떡정벌레 (Ambrosia beetles)는 상당히 그럴 듯한 이름이지만, 사실 나무를 좀 먹는 벌레이기 때문에 나무좀이라고 불립니다. 신들이 먹는 음식이라는 뜻의 암브로네시아라는 명칭은 이들이 나무에 뚫은 구멍에서 자라는 곰팡이가 마치 암브로네시아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으로 실제로 곰팡이를 먹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 (University of Freiburg)의 과학자들은 암브로네시아 딱정벌레가 식용 버섯처럼 곰팡이를 먹을 뿐 아니라 사실 키우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곤충은 드물지 않은데, 소화시키기 어려운 나무나 식물보다 부드러운 곰팡이나 버섯을 먹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암브로네시아 딱정벌레가 있는 나무에서 이 곤충을 제거한 구멍과 제거하지 않은 구멍을 40일간 관찰하고 박테리아와 곰팡이 유전자를 분석했습니다. 암브로네시아 딱정벌레가 그냥 자연적으로 자라난 곰팡이를 먹는다면 제거한 구멍에서는 다시 곰팡이가 자라나고 제거하지 않은 구멍에서는 곰팡이가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암브로네시아 딱정벌레가 있는 구멍에는 이 곤충이 주로 먹는 곰팡이가 풍부했습니다. 그리고 박테리아 구성 역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계속 먹는데도 같은 종류의 곰팡이가 자라는 것은 농사를 짓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식용 곰팡이만 재배할 수 있는 비결은 확실치 않지만, 공생 박테리아에서 나오는 항생 물질을 이용해서 잡초 곰팡이를 제거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암브로네시아 딱정벌레 자체는 인간 입장에서 보면 해충에 가깝습니다. 목재에 구멍을 뚫어 손상시키고 곰팡이를 키워 색을 변색시키기 때문입니다.

참고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996349&memberNo=29772279&vType=VERTICAL

하지만 이는 인간 시각에서 생각한 것이고 생태계 전체로 보면 암브로네시아 딱정벌레가 죽은 나무를 신속하게 분해해서 자연으로 다시 돌려 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원하는 곰팡이만 제거하는 이들의 능력이 효과적인 항진균제를 찾는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11-ambrosia-beetles-food-fungi.html

Janina M. C. Diehl et al, First experimental evidence for active farming in ambrosia beetles and strong heredity of garden microbiom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2). DOI: 10.1098/rspb.2022.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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