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ft panel shows a wide-field image of M31 with the red box and inset showing the location and image of B023-G78 where the black hole was found. Credit: Iván Éder, HST ACS/HRC)
블랙홀은 질량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초신성 폭발 결과 만들어진 항성 질량 블랙홀과 은하 중심부에서 생성되는 거대 질량 블랙홀입니다. 전자는 통상 태양 질량의 수 배에서 수십 배이고 후자는 수십 만 배에서 수십 억 배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중간에 해당되는 중간 질량 블랙홀 (intermediate-mass black hole)도 존재합니다. 이들은 더 드물고 찾기 어려운 존재이지만, 최근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하나씩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유타 대학의 아닐 세스 교수(Anil Seth, associate professor of astronomy at the University of Utah)가 이끄는 연구팀은 우리의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에서 태양 질량의 10만 배가 넘는 특이한 중간 질량 블랙홀을 발견했습니다. 항성 질량 블랙홀이 성장한 형태로는 보기 힘든 질량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블랙홀이 오랜 세월 이론적으로만 예측했던 벗겨진 핵 (stripped nucleus) 블랙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같은 대형 은하는 여러 개의 작은 은하를 흡수하면서 커졌습니다. 흡수된 은하의 중심 블랙홀의 상당수는 결국 중심부에 있는 거대 질량 블랙홀에 흡수되는 운명을 맞이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은하계 가장 자리를 공전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블랙홀 주변의 핵만 남은 벗겨진 핵이 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구상 성단인 B023-G078에서 특이한 움직임을 관측하고 여기에 벗겨진 핵 블랙홀이 숨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대략 태양 질량의 620만 배에 달하는 구상 성단인 B023-G078의 중심부 별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상 성단 안은 매우 별이 밀집해 있어 제미니 망원경과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도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지만, 별의 이동을 감안할 때 태양 질량의 10만 배 정도 되는 블랙홀이 숨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좁은 공간에 들어가서 이런 중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천체가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벗겨진 핵 블랙홀은 은하의 진화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 역시 안드로메다 은하와 견줄 수 있는 대형 은하인 만큼 이런 블랙홀이 어딘가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관측을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01-extraordinary-black-hole-neighboring-galaxy.html
Renuka Pechetti et al, Detection of a 100,000 M ⊙ black hole in M31's Most Massive Globular Cluster: A Tidally Stripped Nucleus,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2). DOI: 10.3847/1538-4357/ac33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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