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y has long surrounded the evolution of Facivermis, a worm-like creature that lived approximately 518 million years ago in the Cambrian period. Credit: Franz Anthony)
동물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캄브리아기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하고 독특한 생물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이들 중 살아남은 생명체는 현재 동물문의 조상이 됐지만, 사실 다수는 후손 없이 멸종했습니다. 이 때 등장한 독특한 동물로 진화 계통에서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 수 없는 생물 줄 하나가 바로 파시베르미스(Facivermis)입니다.
이 작은 캄브리아기 생물은 길쭉한 몸통 앞쪽에 5쌍의 다리 같은 부속지가 있지만, 몸통 뒤에는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습니다. 현생 동물 가운데 이런 형태를 지닌 생물에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파시베르미스를 어떻게 분류하고 진화 계통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엑세터 대학, 유난 대학 및 자연사 박물관 (University of Exeter, Yunnan University and the Natural History Museum)의 과학자들은 5억 1800만년 전 파시베르미스 화석을 세밀하게 분석해 이 생물의 미스터리를 풀어낼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파시베르미스 몸통 뒤에 있는 얇은 막 구조를 발견하고 이 동물이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고 몸을 반쯤 숨긴 채 살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 결과 뒷에 있던 다리 같은 부속지는 퇴화한 것입니다. 연구의 리더인 리처드 하워드(Richard Howard)에 의하면 파시베르미스는 몸통 뒤쪽을 바닥에 고정한 상태로 머리 주변의 부속지 5쌍을 이용해 물을 타고 이동하는 유기물과 작은 먹이를 걸러 먹었던 생물이었습니다. 이들은 절지동물 등과 근연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로보포디아 (Lobopodia)에 속하는데, 대부분의 로보포디아 근연 그룹이 9쌍의 다리를 지닌 것으로 보아 네 쌍의 다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오래전 다리가 없는 조상에서 진화한 후 여러 개의 다리를 지닌 생물로 분화했지만, 이차적인 소실을 통해 일부 다리가 없는 형태로 돌아간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파시베르미스는 아마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파시베르미스 자체는 후손 없이 사라진 여러 생물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비슷한 생물이 없기에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이 생물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분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감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연관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화석을 분석하는 기술 역시 발전함에 따라 캄브리아기의 미스터리 생물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참고
"A Tube-Dwelling Early Cambrian Lobopodian" Current Biology (2020). DOI: 10.1016/j.cub.2020.01.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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