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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가 맛을 보는 법



(Credit: CC0 Public Domain)


 박테리아는 ​매우 작은 단세포 생명체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존에 최적화된 pH, 온도, 햇빛를 찾아 이동하는 것은 물론 주변에 먹이를 감지해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눈,코,귀는 물론 혀도 없는 박테리아가 어떻게 이를 감지하는지는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연구는 물론 순수 학문적인 이유도 있지만, 병원성 박테리아가 어떻게 목표를 찾는지 알아내 치료 및 예방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영국 레스터 대학의 헬렌 오헤어 박사(Dr. Helen O'Hare from the University of Leicester's Department of Infection, Immunity and Inflammation)는 마이코박테리아(Mycobacteria)에 속하는 박테리아가 특정 아미노산을 어떻게 감지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이 세균은 대부분 심한 병원성이 없지만,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처럼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는 세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아미노산인 아스파르트산(aspartate)이나 글루타메이트(glutamate)를 감지하는 수용체를 찾아냈습니다. 이 수용체는 인간에서 글루타메이트의 맛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유사하지만, 기능은 매우 달라서 아스파르트산과 결합하면 aspartate-specific solute-binding protein를 통해 protein kinase G를 활성화해 세포 내 글루타메이트 대사를 조절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박테리아도 아미노산의 맛을 보긴 하지만, 음미하기보다는 세포내 신호 전달 과정을 통해 먹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거기에 맞게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냄새를 맡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해당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역시 찾아냈습니다.


 우리의 시신경이나 후각세포 하나보다도 훨씬 작은 박테리아는 외부 환경을 인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용체와 세포 내 신호 전달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작은 박테리아지만, 화학 물질은 그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내부에서 복잡한 작용을 하는 데 필요한 효소와 수용체를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우리들이 보기에 이들은 미생물이지만, 사실 그 안은 우주 만큼이나 복잡합니다.
 참고

 Nabanita Bhattacharyya et al. An Aspartate-Specific Solute-Binding Protein Regulates Protein Kinase G Activity To Control Glutamate Metabolism in Mycobacteria, mBio (2018). DOI: 10.1128/mBio.009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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